프란치코 교황(왼쪽)이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 있는 산타 마르첼로 알 코르소 성당을 방문해 코로나19 종식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고 있다. 이 성당에는 1522년 로마에서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 신자들이 기도를 올렸던 십자가가 보존돼있다. [출처: AP/뉴시스]
프란치코 교황(왼쪽)이 1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 있는 산타 마르첼로 알 코르소 성당을 방문해 코로나19 종식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고 있다. 이 성당에는 1522년 로마에서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 신자들이 기도를 올렸던 십자가가 보존돼있다. (출처: AP/뉴시스)

2천년 가톨릭 역사상 이라크 첫 방문
친이란 민병대-미군간 충돌에 우려
교황 “종교 간 화합 다지는 데 방점”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세계 가톨릭교회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5일 사상 처음으로 이슬람 국가 이라크를 방문했다. 교황의 방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현지의 불안한 치안 악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우려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교황 방문을 앞두고 이라크 내 군사기지에서는 지난달에 이어 또다시 로켓포 공격이 발생, 미국인 민간 도급업자 1명이 사망하면서 미국 백악관은 보복을 암시하는 조치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공격은 앞서 지난달 25일 발생한 미군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달 15일 이라크 북부 아르빌 군사기지에서 로켓포 공격이 발생해 미군 도급업자 1명이 숨지고 미군 1명을 포함해 민간인 8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자 열흘 뒤 미군은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지대에 있는 친이란 민병대 기지를 공습한 바 있다.

이처럼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와 미군 간 충돌이 계속되면서 자칫 국제 테러조직 IS의 재건에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교황이 방문하는 일정 동안 미군을 대상으로 하는 이라크 내 테러 공격이 재발할까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교황은 이라크 방문 의지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내비쳤다. 교황청 안팎에서 코로나19 확산과 불안한 치안 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교황은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며 오랜 염원인 이라크 사목 방문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또 교황은 이라크행 전용기 탑승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영상 메시지를 통해 고대 문명의 요람인 이라크에서 주민들을 직접 만나기를 고대한다면서 자신이 ‘순례자’로 이라크를 찾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년간 전쟁과 테러로 고통 받았다는 이라크를 위해 마음의 위안과 상처의 치유를 청하는 ‘참회의 순례자’라는 것이다. 이어 “무슬림과 유대인, 기독교인을 한 가족으로 묶는 ‘선조 아브라함’의 신호 아래 다른 종교를 믿는 형제자매와 함께 기도하고 함께 걷고자 하는 바람으로 형제애를 찾는 ‘평화의 순례자’”라고도 표현했다.

교황의 이번 방문은 오랜 탄압으로 고통 받은 이라크 기독교인들에 연대감을 표시하고 즉위 이래 지속해서 추진해온 종교 간 화합을 다지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이라크 기독교 사회는 2003년 100만∼140만명 규모였으나 전쟁과 내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 국가(IS)’의 박해 속에 지금은 30만∼40만명 대까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가톨릭 역사상 교황의 이라크 방문은 이번이 처음으로, 요한 바오로 2세가 1999년 이라크 방문을 계획했으나, 안전 문제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편 교황은 오는 8일까지 3박 4일간 이라크 바그다드와 나자프, 아르빌, 우르 등지를 방문하고 이슬람 시아파 최고 지도자 등과 만남을 갖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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