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광석 우리은행장. (제공: 우리은행) ⓒ천지일보 2021.3.4
권광석 우리은행장. (제공: 우리은행) ⓒ천지일보 2021.3.4

자추위, 권 행장 최종후보 추천

최우선 과제는 경영성과 회복

라임·금소법·배당 과제 산적해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우리은행을 한 번 더 이끌게 됐다. 지난해 1년짜리 행장으로 취임한 데 이어 또다시 1년 연임을 하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임기가 짧은 탓에 큰 성과를 내려고 집중하다 우를 범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4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열고 우리은행장 최종 후보로 권 행장을 추천했다. 임기는 취임 임기와 동일한 1년으로 오는 25일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앞서 권 행장은 지난해 취임 당시 1년의 임기를 부여받았다. 통상적으로 은행권이 취임 임기 2년, 연임 1년의 관례를 따라온 것을 생각했을 때 이례적인 일이다.

현행 상법상 은행장의 임기가 최대 3년인 것을 고려해 업계에서는 추가 임기 2년을 예상하며 권 행장의 연임을 점쳐왔다. 그러나 다소 부진한 지난해의 실적으로 그 반절인 1년의 임기만 얻은 것으로 보인다.

자추위는 권 행장을 우리은행장 최종후보로 추천하며 ▲코로나19 사태 등 어려운 대내외 금융환경 속에서 조직안정·내실을 기하고 있는 점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점 ▲영업점 간 협업 체계인 VG(같이그룹) 제도 도입으로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는 점 등을 강조했다.

권 행장은 취임 당시 3대 경영방침으로 고객신뢰 회복, 조직 안정, 영업문화 혁신을 제시하며 해외금리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사태 등으로 흐트러진 우리은행의 조직을 빠르게 안정화했다. 이를 통해 우리은행의 DLF 자율배상 합의비율은 99%로 거의 배상이 완료됐다.

또 특유의 ‘포용적 리더쉽’으로 각종 사모펀드 사태와 코로나19 팬더믹 상황에서도 비교적 조직을 안정적으로 잘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당초 1년이라는 임기가 너무 짧기도 했고 우리은행 측 역시 별도로 새 은행장 후보를 찾는 작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지난해 우리은행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년보다 9.45% 감소한 1조 363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1조 370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농협보다 뒤쳐진 실적이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NH농협은행에게 업계 4위의 자리를 내주는 뼈아픈 경험을 겪었다.

부진한 경영실적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권 행장의 연임기간을 1년으로 못 박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와 같은 부진한 경영실적을 낼 때 더 이상의 연임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자추위 측이 “지난해 경영성과가 부진한 상황에서 올해 실적 회복이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 권 행장의 임기를 1년 더 연장해 성과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종후보에 추천했다”고 밝힌 대목에서 이러한 의미가 분명히 드러난다.

자추위의 이번 결정이 권 행장에게 무거운 왕관으로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취임 당시 ‘조직 안정’이 최우선 과제로 1년 임기로 결정된 것처럼 올해는 ‘경영성과 회복’을 이유로 1년 연임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자추위는 “당초 2년 연임안도 논의됐으나 1년 연임을 결정한 이유는 작년은 ‘조직안정’을, 올해는 ‘경영성과 회복’ 목표로 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권 행장은 우리은행의 실적 회복에 팔을 걷어붙였다. 실례로 우리은행은 지난 1월 영업점 간 VG제도를 도입하고 비이자수익 확보를 위한 새로운 자산관리채널 PCIB점포를 신설했다. 또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승부수를 던진 디지털 혁신을 위해 디지털 전환(DT) 추진단을 신설했다. 이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타 은행과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을 하는 권 행장의 연임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금융 이슈들이 권 행장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오는 18일 라임펀드 관련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가 열린다.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판매액은 총 2769억원으로 금감원은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직무정지를 사전통보했다. 라임펀드 부실의 사전인지여부와 금융투자상품 부당권유 금지 위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 문제 등 제재 여부에도 촉각이 기울여지고 있다.

아울러 오는 25일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본격 시행되는 것도 권 행장에게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소법이 도입됨에 따라 앞으로 은행들은 금융상품 판매 시 6대 판매규제(적합성·적정성 원칙·설명 의무·불공정행위·부당권유·과장광고 금지)를 따라야 한다. 또 ‘손해배상 입증책임’ 규정으로 소비자가 고난도상품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손실을 본 뒤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금융사가 고의나 과실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금소법이 시행되는 25일부터 비예금상품 판매 시 고객이 동의했다는 목소리를 녹음하게 되며 정확한 상품 설명을 위해 자동리딩방식(TTS)을 이용한다.

또 배당과 관련, 주주들의 마음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1월 금융위원회는 코로나19로 빚어진 경기침체에 대비해 지주·은행·보험사에 배당성향을 20%로 축소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한국씨티은행이 배당금을 20%로 축소한 데 이어 5일 우리금융지주도 배당금을 20%로 축소했다. 우리금융이 이번 배당부터 자회사의 이익 잉여금뿐만 아니라 지주의 이익 잉여금을 활용해 향후 추가배당에 나서 주주들를 달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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