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격 사퇴했다. 윤 총장 임기는 7월 24일까지였다. 윤 총장은 최근 민주당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대해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추미애 전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박탈, 인사권 배제, 징계 등 모욕적 행태에도 꿈쩍 않던 그가 중수청 신설을 이유로 전격 사퇴할 줄은 여권도 몰랐다는 분위기다. 윤 총장은 앞서 대구지검 방문 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가 마음 놓고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총장은 사퇴하면서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 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면서 어떤 위치에 있던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치인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검찰개혁을 추진해온 민주당은 공수처 신설 이후 검찰의 직접 수사권 전면 폐지를 골자로 하는 중수청 설립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여권 논의대로 법안이 통과되면 검찰은 사실상 모든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잃고 공소 유지만 담당하는 이른바 식물검찰이 된다. 이미 올해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이 가동돼 검찰은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산업 대형참사 등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만 있는 상태다. 나머지 범죄에 대해선 경찰이 수사를 담당한다. 이런 상황에 중수청까지 생기면 검찰이 갖고 있던 6대 중대범죄 수사권까지 사라진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여당이 퇴임 후를 위해 작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로 이 사안을 보고 있다. 검찰과 별개로 대한변호사협회 등은 중수청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다. 이미 수사 범위 제한이 없는 국수본이 운영되고 있는 마당에 중수청이 만들어지면 기능과 권한이 겹친다. 수사‧기소 분리에 대해서는 수사‧기소 분리가 아닌 수사 지휘권과 수사권 분리가 바람직하다는 법조계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래저래 중수청 신설은 ‘식물검찰’을 만들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일선 검찰은 수사권 기소권을 분리해 식물을 만들고, 친정부 검찰집단은 막강한 권력을 부여해 일선 검찰의 목을 쥐겠다는 의도로도 읽힌다. 친여권 인사가 법무장관이 된 후 법무부는 국회에 검찰해체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검찰의 절대권력이 어느 정도 축소 분리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권력자의 훗날을 위해 식물검찰을 만드는 것은 ‘법치농단’이다. 정의와 상식을 벗어난 법치농단은 훗날 분명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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