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총장직 사의 표명을 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총장직 사의 표명을 하고 있다.

尹 “민주주의·국민 보호 온 힘”

여야 모두 尹정치 행보 촉각

4.7재보궐선 결과 주시할 듯

야권 정계개편 변수로 떠올라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여권에서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반발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사퇴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윤 총장이 오는 4.7재보궐선거와 내년 3월 9일 대선의 중대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대두된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대검찰청 현관 앞에서 “저는 오늘 총장을 사직하려 한다”며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윤 총장은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며 “그러나 제가 지금까지 해왔듯 앞으로도 제가 어떤 위치에 있던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는 사실상 윤 총장이 정치 참여를 시사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윤 총장은 또 “그동안 저를 응원하고 지지해주셨던 분들, 날선 비판을 주셨던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윤 총장이 총장직에서 물러나는 건 지난 2019년 7월 25일 임기를 시작한 지 589일 만이다. 임기는 142일 남긴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앞서 윤 총장은 공개적으로 중수청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에 대해 반발했다. 윤 총장은 전날 대구고검을 방문해 “지금 진행 중인 소위 말하는 검수완박이라고 하는 건 어떤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으로써 헌법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일에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수청은) 검찰을 흔드는 정도가 아니라 폐지하려는 시도”라며 “갖은 압력에도 검찰이 굽히지 않으니 칼을 빼앗고 쫓아내려 한다”며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힌 뒤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1.3.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 입장을 밝힌 뒤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1.3.4

윤 총장이 사퇴를 표명함에 따라 ‘윤석열 대망론’은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윤 총장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빅3’로 분류됐다.

여당은 향후 윤 총장의 행보에 촉각을 세우는 모습이다. 재보선을 앞두고 윤 총장이 정국의 핵으로 떠오를 경우,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간 민주당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4차 재난지원금 지급과 가덕도신공항 추진 등이 윤 총장의 행보에 묻힐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 허영 대변인은 “검찰의 선택적 정의와 선택적 수사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고,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는 윤석열 죽이기로 포장하며 정치검찰의 능력을 보여 왔다”며 “이제 정치인 윤석열이 어떻게 평가받을지는 오롯이 윤석열 자신의 몫”이라고 비판했다.

이렇다 할 유력한 대선주자가 없는 야당은 윤 총장의 행보가 부각될수록 정권심판을 띄울 호재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반문(반문재인)연대’의 구심점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정권의 핵심과 그 하수인들은 당장은 희희낙락 할지 몰라도, 이제 앞으로 오늘 윤 총장이 내려놓은 결과의 무게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 총장은 재보선 결과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야당이 재보선에서 패할 경우 대대적인 정계 개편이 불가피하다. 이럴 경우 윤 총장은 제3정당을 창당하거나 중도·보수 세력과 손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울산시장 부정선거 의혹, 탈원전 의혹 등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하면서 여권과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이에 굴하지 않은 강직함이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윤 총장이 어떤 정치적인 역량을 갖췄는지는 아직 본격적인 검증대를 통과하지 못했다. 야당이 재보선에서 승리한다면, 윤 총장이 창당을 하거나 새로운 세력을 만들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총장이 재보선 결과를 보면서 정국 구상을 가다듬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문재인, 반민주당 기조를 유지하면서 이후 야당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면 야당은 정계 개편을 거쳐야 한다. 정계 개편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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