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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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실시예정인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87개의 시민사회단체는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한미군사훈련을 연기할 것을 촉구하는 국회의원 35명의 성명도 나왔다. 미국과 한국 정부의 입장도 차이가 있어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한 태도는 사람에 따라, 또 어떤 집단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다르다. 미국에 대한 태도와 뗄 수 없는 문제이고 주한미군 주둔 문제와도 직접 맞물려 있다. 우리 사회에서 미국과 주한미군에 대한 태도 문제는 논란이 뜨거운 주제이다.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문제는 예전에는 주제로 올리는 것 자체가 금기시됐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공안사건 수사와 재판에서 미국에 대한 태도 문제는 단골 주제로 올랐다. 공안사건 공소장은 대개 ‘피고는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로 시작됐다. 공안기관과 법원은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는 것은 ‘반국가단체’인 북한에 동조하는 국가보안법상 ‘이적행위’이기 때문에 유죄라는 논리를 전개했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 검찰의 기소, 법원 판결의 사회적 영향력은 엄청나다. 어떤 주장이나 말이 검경의 수사와 기소, 유죄판결의 대상이 되는 걸 알게 되면 알아서 행동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자기검열이 일상화되는 것이다. 어떤 말을 하거나 어떤 주장을 펼친다고 해서 인신구속을 하고 ‘이상한 자’ ‘위험한 자’로 낙인찍어 매장하는 사회는 야만사회이다. 반민주주의 사회이고 인권억압 국가다.

한국은 오랫동안 사상의 자유가 유린된 반인권 반민주주의 사회였다. 지금도 사상의 자유, 곧 생각과 말의 자유를 짓밟는 국가보안법이 존재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생각의 한계를 설정하고 행동의 자유를 스스로 제한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처벌되는 사람들이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다.

국가보안법으로 ‘사상의 자유를 제약’하는 것은 ‘분단국가이니까 당연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미군철수를 주장하거나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연기 또는 축소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자’이거나 이적행위를 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사람이 많다. 이러한 태도는 올바른 걸까?

우리는 역지사지 입장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이라 불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군사력 면에서 한국에 크게 열세다. ‘미군 없는’ 남한에 대한 북한의 군사적 열세는 국제연구기관이 20여년 전에 확인한 사항이다. 우리나라 정보기관에서도 인정한 바 있다. 시간이 갈수록 군사력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고 남한에는 세계 전체 국방비의 35%(2018)를 쓰고 있는 세계최강의 미국군대가 3만명 가까이 주둔하고 있고 합동군사훈련, 그것도 북한점령을 상정한 공격적 성격의 다자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몇 가지 질문을 만들어 보자. 북한에는 외국군이 주둔하고 있는가? 소련이나 중국과 연합군사훈련을 수시로 하고 있는가? 이들 나라에 군사작전권을 넘겼는가? 인구는 우리보다 많은가? 무기는 우리보다 우수한가? 국방비는 우리보다 많은가? 전시에 다른 나라로부터 돈을 빌릴 수 있는 능력은 우리보다 나은가? 다른 나라로부터 봉쇄와 제재를 받고 있지는 않은가? 몇 가지 질문만 던져 봐도 북한이 한미군사훈련에 왜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종북이다, 빨갱이다, 평양으로 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우리 처지와 북한 처지가 거꾸로 돼 있다면 우리는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하고 질문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2018년 판문점 정상회담 때 적대행위를 중지하고 ‘단계적 군축’을 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지키지 않았다. 이 시점에 한미군사훈련을 강행하면 북한에게 강력한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는 명분을 주게 된다. 긴장이 고조되면 평화에 해롭다.

닫힌 평화의 문을 열기 위해서나 신의를 지키기 위해서나 한미군사훈련은 중단하는 게 옳다. 작전권은 올해 안으로 환수 받고 주한미군은 단계적 철수계획을 세워서 실행에 옮기자. 국방은 우리 스스로 책임지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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