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마=AP/뉴시스]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현 소재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의 지난 2월14일 전경.
[오쿠마=AP/뉴시스]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현 소재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의 지난 2월14일 전경.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福島) 내 제염(除染) 구역 대부분이 방사성 세슘으로 오염돼 있다고 4일 주장했다.

그린피스는 이날 발표한 '2011~2021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의 현실'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그린피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제염을 책임지는 제염특별구역(SDA) 대부분이 방사성 세슘으로 여전히 오염돼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대대적인 제염 작업에도 불구하고, 정부 자체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제염특별구역 중 작업이 완료된 면적은 15%에 불과하다"며 "가장 큰 이유는 후쿠시마현의 상당 부분이 제염이 불가능한 산림지대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린피스는 일본 정부의 장기 제염목표는 0.23μSv/h(마이크로시버트)로 이는 일반인에게 권고되는 연간 피폭 한도라면서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진행된 그린피스 조사에선 이 목표치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가 계속 측정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장기 목표치인 0.23μSv/h를 언제까지 달성할 것인지 한 번도 기한을 언급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또한 후쿠시마현 산림지대에서 솔잎 시료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스트론튬-90'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스트론튬-90은 방사성 핵종으로 체내로 들어가면 뼈와 골수에 축적돼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면서 일본 정부는 세슘을 제외한 스트론튬-90을 비롯 기타 방사성 핵종의 잠재적 유해성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노심용융(멜트다운)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전에 엄청난 양의 스트론튬-90이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1~3호기 원자로 용융 노심에 다량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원전 부지 내 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에도 용융 노심보다는 적지만 상당한 양의 스트론튬-90이 존재하는데, 일본 정부는 이를 태평양에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아울러 "방사선이 안전 기준치 이상 발견되는 곳의 피난 명령도 해제됐기 때문에 주민들의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며 "특히 어린이와 여성들에게 위험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8년까지 1천300만명의 작업자들이 제염특별구역의 제염 작업에 참여했으며, 대부분 하도급 업체 직원들"이라며 "작업자들은 고준위 방사선에 노출됐으며,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위험한 작업 환경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사토 사토시 전 제너럴일렉트릭(GE) 원자력기술 전문가는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 기술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일본 정부는) 폐로 작업을 30~40년 내 완수해 사고 전과 같은 자연 상태로의 복원을 이룬다는 목표를 고수하고 있다"며 "지난 10년간 발전소 부지에서 얼마간의 진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일본 정부의 원전 폐로 중장기 로드맵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사토 씨는 GE 원자력 사업부에서 기술 및 현장 엔지니어링 관리 책임을 맡았던 전문가로, 후쿠시마 제1원전의 GE 현장 대표였다.

그는 원자로 내에 녹아내린 핵연료(데브리)를 제거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계획이 없다며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자로를 식히기 위한 지속적인 냉각수 주입과 주변 지하수의 원전 내 유입으로 인해 방사성 오염수는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사토 씨는 일본 정부가 제시한 '플랜A'와 '플랜B'로는 계획대로 30~40년 안에 폐로 작업을 이행하기 어렵다며 '드라이 아일랜드'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지하수가 원전 부지 내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플랜C'를 제시했다.

그린피스는 이날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두 보고서의 내용을 설명했다.

사토 씨는 자신의 보고서가 그린피스 동아시아 서울사무소와 일본사무소의 의뢰로 작성됐으나, 그린피스의 의견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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