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피트=AP/뉴시스]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 도시 살피트 인근에서 이스라엘의 유대인 정착촌 확장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려 정통 유대교인들이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고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살피트=AP/뉴시스]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 도시 살피트 인근에서 이스라엘의 유대인 정착촌 확장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려 정통 유대교인들이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고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영토 내 전범 조사

팔 영토 관할권 인정 후속 조처

이스라엘·美, 반발 “반 유대적”

전 국방장관 등 기소 위험 순위

‘국제법 위반’ 정착촌도 도마에

[천지일보=이솜 기자] 국제형사재판소(ICC)가 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영토 내 전쟁범죄에 대해 공식 조사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2014년 6월 13일은 파투 벤수다 ICC 검사장이 1967년 중동전쟁 당시 점령된 땅에서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에 대한 수사의 출발점으로 열거한 날이다.

그 전날 브라질 월드컵이 개막했고 이스라엘 청소년 3명이 요르단강 서안에서 히치하이킹을 하던 중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납치됐다가 이후 살해됐다. 긴장은 급속히 고조됐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상대로 몇 주 내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벌이겠다고 예고했고 팔레스타인도 로켓 공격을 경고했다. 이후 실제 7~8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이른바 ‘50일 전쟁’)이 벌어졌다. 이 기간 팔레스타인에서는 민간인 1500명을 포함한 22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이스라엘에서는 군인 67명과 민간인 6명이 목숨을 잃었다.

◆“나치 재발 막는 단체가 유대인 겨냥”

AP통신, 가디언 등에 따르면 벤수다 검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2014년 6월 13일부터 관할 구역에서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범죄를 조사할 것”이라며 “모든 조사는 두려움이나 호의 없이 독립적으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수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임무는 오는 6월 법원장이 될 예정인 영국인 변호사 카림 칸에게 넘겨질 예정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2014년 가자 전쟁, 2018년 가자 국경 충돌,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 등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벤수다 검사는 이스라엘뿐 아니라 이스라엘에 무차별적으로 로켓을 발사한 하마스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발표는 2019년 전범 수사의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는 결정과 지난 2월 5일 ICC가 요르단강 서안을 비롯한 팔레스타인 영토에 대한 사법 관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후속 조처다.

ICC는 국가 자체의 사법 시스템이 전쟁 범죄를 조사하고 기소할 수 없거나 원하지 않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ICC 조사를 저지하기 위해 공격적인 홍보와 막후 외교전을 벌였던 이스라엘 정부에 충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벤수다 검사의 조사 진행 중단을 촉구하기 위해 수십개의 동맹국들에게 ‘비밀 메시지’를 전달할 것을 요청해 왔었다. 이스라엘은 ICC 미가입국이지만, 팔레스타인은 2015년 ICC에 가입했다.

팔레스타인과 하마스측은 이번 조사를 환영했지만, 이스라엘은 독자적인 세계 수준의 사법제도를 가지고 있다며 ICC의 조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영상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ICC 조사를 ‘반유대적 성격의 위선’이라고 비판하며 “나치가 선동한 홀로코스트와 같은 만행을 막기 위해 설립된 법원이 이제 역행해 유대인들을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착촌 정책, 기소 취약

수사와 그에 따른 재판은 몇 년이 걸릴 수 있지만, 그 영향은 이미 시작됐다. 이는 이스라엘에 즉각적인 위협이 되지 않지만 ICC는 범죄 혐의를 받는 사람들에 대해 조용히 체포 영장을 발부할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신문 하레츠는 ICC 발표 몇 시간 만에 이스라엘 당국이 수백명의 고위 관리들에게 기소될 위험에 대해 브리핑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당국은 일단 조사가 시작되고 이 관리들이 체포될 위험에 처한다면 그들에게 해외여행을 가지 말라고 경고할 수도 있다.

하레츠에 따르면 이번 조사로 위험에 처할 수 있는 관리 중에는 2014년 군사참모총장을 지낸 베니 갠츠 이스라엘 전 국방장관이 포함돼 있다. 네타냐후 총리도 2014년 전쟁 당시에도 총리였으며 정착촌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인 인물이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동부 예루살렘과 요르단강 서안의 정착촌 정책으로 인해 특히 기소에 취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제네바 협약에 따르면 점령국이 전쟁에서 점령된 영토로 그들의 주민을 이주하는 것은 불법이다. 인구 이전은 ICC의 창설 조약인 로마 법령에 전쟁 범죄로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요르단강 서안, 가자지구를 점령했고 이곳에는 현재 약 70만명의 이스라엘 주민이 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도 이스라엘을 지지하며 이번 조사에 대한 비판 입장을 나타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ICC 검사의 팔레스타인 사태 조사 발표에 대해 우리는 단호히 반대하고 실망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스라엘을 부당하게 겨냥하려는 행동을 포함해 이스라엘과 이스라엘 안보를 위한 우리의 강한 의지를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 인권 단체들은 이번 결정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희생자들에 대한 정의를 향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발키스 자라 국제사법부 부국장은 “ICC 회원국들은 헌재의 업무를 어떤 정치적 압력으로부터도 강력하게 보호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며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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