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돐날>의 김명화 작가는 “젊음의 비전을 상실하고 불안정하게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사진은 <돐날>의 배우들 (사진제공: 작은신화)

[천지일보=이지영 기자] 극단 작은신화의 연극 <돐날>은 꿈과 희망이 사그라진 386세대의 이야기다.

무엇이든지 해낼 것 같은 20대에 남루한 30대 후반의 자신을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연극의 내용을 보고 있자니, 심기가 불편하다. 너무 리얼하게 현실을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돐날>은 2011 한국연극평론가협회 베스트(BEST)3 선정작, 2002 동아 연극상 작품상, 연출상 등 수상경력이 화려하다. 작품성이 뛰어나면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 법도 하지만, 좀처럼 보기 힘든 사실적인 무대구성과 배우의 리얼한 연기가 극에 몰입하게 한다.

<돐날>의 김명화 작가는 “누군가 이미 겪었고 그리고 또 언젠가 겪게 될 보편적인 이야기, 젊음의 비전은 상실하고 안정된 기반도 갖지 못한 채 불안정하게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연극은 작품이 초연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인 문제들이 음식과 함께 돌상에 오른다. 극중에서 희망으로 가득 찼던 20대를 지나 30대가 된 이들은 전세 값 몇 백 만원에 전전긍긍하고, 양육의 부담으로 아이를 지우고, 돈으로 학위논문을 매매하고 있다.

연극에서는 20대의 꿈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채 때로는 현실과 타협하는 자신을 조소하기도 하는 30대의 분열적 자화상이 펼쳐진다. 출연진들의 캐릭터는 주변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인물들이다.

애정이 동난 부부의 파국, 돈 버는 재주로 으스대는 모습, 이혼녀에 대한 태도, 실패한 세일즈맨의 비루함, 돈으로 매겨지는 친구들 간의 서열 등 돌잔치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은 가지각색이다.

관객은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을 발견한다. 인정하거나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삶의 이야기지만, 곱씹어 보며 삶을 재조명하는 것도 연극이 주는 의미일 것이다.

한편 <돐날>의 무대는 배우들이 직접 전을 부치며 잔치 음식을 만든다. 절로 입안에서 군침을 돌게 하는 극사실적 기법을 쓰면서 무대의 사실성을 최대로 끌어올린다. 7월 10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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