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그 어디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한반도엔 사계절만 있는 게 아니라 달마다 뚜렷한 특징이 있어 느끼고 다짐하니 늘 새롭다. 지난달은 어린이 어버이 스승의 날이 있어 ‘가정의 달’이라 하여 가정과 가족과 스승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더니만, 이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라 하여 나라와 나라사랑 그리고 호국영령들의 희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아주 뜻깊은 달이기도 하다.

‘수신제가(修身齊家)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라 했으니 5월이 우리에게 무언의 교훈을 주고 있는 것 같다. 반면에 이 6월은 어찌 보면 5월과 상반된 개념으로 느껴질 수 있겠으나, 사실은 5월의 가치가 가져오는 결과가 6월의 희생정신이라 감히 생각해 본다. 이 6월은 피를 요구했던 나라사랑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달이요, 나라사랑의 실천은 가정의 소중함을 진정 깨달았을 때 비로소 실천할 수 있는 덕목임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암울했던 시절 나라 없이는 가족도 가정도 없음을 깨닫게 한 청년이 있었으니, 이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하여 그 청년의 정신과 기개를 다시 한번 상기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청년시대는 부모의 사랑보다 형제의 사랑보다 처자의 사랑보다 일층 강인한 사랑이 있는 것을 각오하였다. 나의 우로와 나의 강산과 나의 부모를 버리고라도 이 길을 떠나려 한다.” 매헌 윤봉길 의사의 어록 중 ‘큰 사랑을 깨닫자’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 6월을 맞이하여 나라사랑의 극치를 느끼게 하는 너무나 강의(講義)한 어록이다.

우리 역사엔 수많은 위인이 있을지라도 나라사랑에 대한 이유가 순수하고 담백한 상태로 논리적이고 학문적으로 체계화되어 자신의 정신이 되고 행동으로 승화시켜 세월이 가면 갈수록 그 정신의 고결함이 느껴지는 위인은 역사에 보기 드물다.

그의 고귀한 나라사랑 정신을 이어가 보자.
“사람은 왜 사느냐! 이상을 세우기 위해 산다. 이상이란 무엇이냐? 목적의 성공이다. 보라 풀은 꽃을 피우고 나무는 열매를 맺나니, 만물의 영장인 사람 나도 이상의 꽃을 피우고 목적의 열매 맺기를 자신하였다.” 그렇다 그는 “뜻을 이루기 전에는 고향에 살아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그의 각오 그대로 산 순교함으로 미래의 조국 광복을 낳았고, 오늘날 우리의 가슴 속에 영원히 정신으로 함께 살아남아 있는 것이다.

그 정신은 동족상잔의 비극이 있던 날 꽃몽우리가 채 피기도 전에 나라 위해 목숨 바친 선열들이 함께 했고, 가까이엔 천안함 사건 때 우리가 직접 눈으로 보고 들은 故 한주호 준위의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숭고한 정신과 함께했고,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피랍된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의 대범함과 함께한 것이다.

이러한 숭고한 피의 역사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진정한 나라사랑을 또다시 요구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반쪽이 된 나라도 모자라서 사적(私的)에 서서 당파싸움에 휘말려 대의(大義)를 저버리는 오늘날의 위정자들은 선열들의 피를 욕되게 하고 있음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호국보훈의 달에 우리가 다짐해야 하는 나라사랑은 뭔가. 그것은 당파 없는 나라를 만들고 남과 북의 가로막힌 철조망이 없는 하나의 조국을 건설하는 데 있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대의다. 속히 사적에서 벗어나 피 흘려 돌아가신 선열들의 맺힌 한(恨)을 우리 손으로 풀어드려야 한다.

일제 속박 속에 종파를 떠나 33人은 하나의 목적을 놓고 뭉쳤다. 남북 동란에는 남녀노소와 계층이 없었다. 오늘날도 사회 계층을 떠나 또 종파를 떠나 다시금 오늘날의 33人의 지도자가 필요한 것이다.

호국영령들을 생각하는 호국보훈의 달, 우리의 당면과제는 또 뭘까. 그것은 이 한반도의 평화다.
한반도의 통일은 남과 북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세계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야 할 숙제인 것이다.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대립의 현장, 이 비극의 상황이 풀리는 날이 곧 세계의 평화가 오는 날임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한반도 통일의 그날이 인류의 평화가 완성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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