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초빙교수

지난 주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KBL 제7대 총재에 당선됐다. 한선교 신임 총재는 당선 일성으로 “팬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기 위해 본부석을 고집하지 않고 관중석에서 팬들과 함께 응원하고 동화하겠다. 각 구단에서 동의한다면 경기장의 본부석을 팬들께 양보하겠다”며 팬들과의 유대관계를 먼저 강조했다. 방송사 아나운서 시절 프로농구 장내 아나운서와 각종 프로농구 시상식 사회를 보며 프로농구에 대한 열정을 쏟았던 한 총재는 침체에 빠진 프로농구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팬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1997년 출범 이후 프로농구는 한때 프로야구와 함께 가장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프로스포츠였지만 관중들의 점차적인 감소로 인해 최근 몇 년간 큰 위기를 맞게 됐다. 이는 가장 중요한 고객인 관중들로부터 흥미를 끌지 못하고 팬과의 스킨십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총재는 자신부터 직접 나서 팬들과의 관계를 회복시키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권위있는 비영리 리서치 연구소 SRI 인터내셔널의 CEO 커티스 칼슨 박사가 제안한 ‘칼슨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칼슨의 법칙’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재 세계는 많은 사람들이 저렴하게 교육과 혁신에 접근할 기회를 갖고 있는 만큼 아래로부터의(bottom up) 변화는 다소 혼란스러울지 모르지만 현명하다고 한다. 그러나 위로부터의(top down) 변화는 조직적이지만 무딘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변화를 주기 위해선 위가 아닌 아래로 이동하며 사람들에게 다가서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이 함께하는 것이 혼자 하는 것보다 훨씬 현명하고 현재 모든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만들고 협력할 도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세계는 사람들의 소통이 점차 밀도 높은 연속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소통의 망은 개인 컴퓨터, 광섬유 케이블, 인터넷과 웹 서버 망 확산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러한 기반은 스포츠에선 축구 야구 농구 배구 골프 등을 이웃 스포츠로 만들었다. 수십억 명이 스포츠팬으로 더욱 편리하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벽이 없고 평소 소통이 잘 되는 스포츠를 우선 선호하게 된다. 이제는 스마트폰, 무선 광대역 접속망, 소셜 네트워크 등 값싸고 영리한 새로운 기반의 뉴미디어 등이 속속 등장하면서 소통의 망은 더욱 쉬워지고 스포츠팬들은 편안하게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있다.

특히 스마트폰, 페이스북, 트위터 등은 사람들의 흥미를 더욱 끌어 모을 수 있는 중요한 매체들이어서 사람들의 고민과 희망 등을 함께 공유하는 데 좋은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선교 총재가 팬들과의 소통을 강조한 것은 이러한 뉴미디어의 시대적 조류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총재라는 권위적인 자리를 내세우기보다는 관중석에 자리를 함께하며 자리를 낮춤으로써 팬들과 함께 호흡하고 고민하며 프로농구의 실재적 가치를 높이기 위함이다. 물론 총재가 관중석에 앉는다고 프로농구의 인기가 바로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허나 총재가 기존 총재와 다르게 발상의 대전환을 함으로써 프로농구는 팬들과의 거리를 좁히고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등의 더욱 다양하고도 적극적인 방법과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총재는 프로농구 출범 이후 가장 힘든 시기에 KBL 수장에 올랐다. 지상파 TV 중계, 타이틀 스폰서, 경기장 개·보수, 국가대표팀 경기력 향상, 심판과 선수들의 자질 향상 등의 많은 현안이 산적해 있다. 어떤 것 하나도 혼자서는 해결하기에 버거운 일들이다. 허나 프로농구팬, 언론, 10개 구단, 농구인들이 화합과 단합을 이루며 머리와 가슴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면 어려운 문제는 결코 아닐 일이다. 앞으로 프로농구를 향한 한선교 총재의 열정이 관중석에서부터 시작해 점차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으로 확산돼 나갈 때 총재의 공약대로 150만 관중 유치는 자연스런 결과물로 따라올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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