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조치로 평양 내륙기업 170여 개 줄도산

▲ 동방영만 미래통상 대표 ⓒ천지일보(뉴스천지)


평양 내륙기업 발만 동동
정부 피해보상 아직 없어
남북교역 10년 전으로 회귀

中, 北 광물자원 싹쓸이
유럽, 위탁가공 70% 점령
경협으로 통일 대비해야

[천지일보=김두나 기자] “5.24 조치로 벌을 받고 있는 것은 북한이 아니라 바로 남한의 내륙기업들입니다.”

평양에서 의류 위탁가공을 했던 동방영만 미래통상 대표는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북쪽에 벌을 준다는 차원에서 실시한 5.24대북제재 조치로 자국민인 내륙기업인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동방영만 대표는 지난 2004년부터 평양을 오가며 의류 위탁가공업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5.24 조치에 따라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대북경협이 중단되면서 동방 대표 업체가 임가공한 물건의 반송길이 막혔고 15만 장 규모의 의류가 북한에 그대로 묶여 있다. 그는 5.24조치 이후 1년이 넘었지만 정부로부터 받은 피해보상 내역은 현재 없다고 말했다.

중국‧유럽에 뺏긴 남북경협

현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최근 통계자료에 따르면 5.24조치 이후 남북교역은 크게 줄었다. 지난해 총교역은 개성공단 사업 부문의 증가로 2009년에 비해 증가했으나, 5.24 조치 이후 15.3% 감소했다. 특히 위탁가공교역의 경우 64%가 줄었다. 이는 2001~2002년 수준으로 약 10년 전으로 회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동방 대표는 “5.24 조치 이후 남북경협 중단으로 평양내륙 176개 위탁가공 기업인들은 완전 도산에 이르렀다”며 “수년 동안 북한에 투자해 만들어 놓은 생산 시스템 결과물을 중국과 유럽에 빼앗겨 이들 국가들만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 기업들이 거의 1년 동안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중국은 북중 접경지역의 황금평, 위화도 및 나진선봉 지역의 토지확보와 북한 광물자원을 싹쓸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과 합의해 가져와야할 한 민족의 재산인 이 어마어마한 자원으로 중국에 조공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토로했다.

실제 북한과 중국이 최근 남포 앞바다 서한만 유전 공동개발에 합의했다는 주장이 지난달 30일 제기됐다. 또 중국이 북한의 광물자원 투자개발 및 채굴권을 확보, 함경북도 무산 철광산지에서 연간 350만t을 생산해 120만t을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9400억 원 어치를 중국이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방 대표는 또 유럽 기업이 북한의 위탁가공 전체 생산량의 70%를 독점하며 무역거래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24조치가 유럽 기업의 장사 거점을 만들어 줬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 경협이 재개되더라도 우리 기업이 비집고 들어갈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시간당 1유로를 받는 북한 노동자가 예전처럼 1달러를 주는 한국 기업에서 일하지 않을 뿐더러 높아진 가공료를 충당하면서까지 북한에서 사업을 할 수 있는 국내 기업도 없기 때문이다.

민간협력, 통일로 가는 지름길

동방 대표가 말하는 남북경협의 방향은 ‘정경분리의 원칙’이다. 그는 민간교류가 풀리면 정상회담은 자연적으로 풀린다고 한 마디로 일축했다. 남북경협 재개 등 민간교류를 통한 자연스런 접촉에서 북한 상층부 및 주민들의 의식변화를 꾀할 수 있고 이는 곧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동방 대표는 “1988년 7.7선언 이후 20여 년 동안 1000여 명의 국내 기업인들은 평양 등 전국을 돌며 북한 주민들과 소통하고 경제활동을 통해 그들의 삶 개선에 앞장섰다”며 “그 결과 북한 중간 엘리트들에게 의식 변화는 물론 시장경제를 전수하는 데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민간교류를 통해 남한의 자본주의 사상을 심어주고, 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원리를 알려주는 등 장사를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들이 계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통일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그는 민간교류업자들이 북한에 민족적 감정을 심어줬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평양 내륙기업인들은 상담 차 평양이나 제3국에서 북쪽 대표를 만날 때마다 서로 부둥켜안고 목청 높여 통일의 노래를 불렀다. 어느 땐 감정이 북받쳐 서로 붙들고 울기도 했다”며

“금강산은 몰수조치 당했지만 내륙기업이 투자한 시설물 등에 몰수조치를 안한 것도 북한이 민간교류업자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북경협이 정경분리 원칙에 의해 재개되어야 하며 체제는 다르지만 한민족으로서 경협을 통해 서로 윈윈하며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것이 바람직한 남북경제협력의 해법이고 통일에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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