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대북사업자·북한 대중의존도 심화
“안보에는 단호하게, 경제·사회 측면에선 ‘교류’를”


[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천안함 사태로 정부가 5.24 조치를 취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강대강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반성 없는 북한은 연일 대남 도발을 이어가고 있고 남한 역시 연평도 피격 사태 등에 대한 북측의 사과를 요구하며 더욱 고삐를 죄고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남북 간의 반목은 경제 분야에도 고스란히 파급효과를 미쳤다. 남한에 기댈 게 없다고 판단한 북한은 중국을 등에 업고, 나선 지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6일에는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상임위원회를 열어 황금평과 위화도 경제지대 개발계획을 추인하면서 북중 경협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남북 경협은 연이은 남북 간 신경전으로 인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북한에 대한 일반물자교역과 위탁가공교역은 중단됐고, 개성공단의 가동은 허용됐지만 체류인원은 축소됐다. 아울러 기업의 신규 진출과 투자 확대는 불허됐고, 북한 선박이 우리 해역을 운항하는 것도 금지됐다.

남북경협피해조사단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손실 관련 조사에 응답한 기업 104개사가 5.24 조치로 인해 입은 손실액은 총 4030억 원으로, 1개 업체당 평균 38억 7500만 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정부가 취한 5.24 조치가 자사의 대북경협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항목에는 66.9%에 달하는 기업이 “아주 크다”고 답했다. 12.3%의 기업은 “큰 편이다”고 응답해, 전체의 79.2%가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응답한 기업 중 대북사업이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는 기업은 66.3%였고 70% 이상인 기업은 55.8%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체기업의 3분의 1이 대북사업에 올인(다걸기)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또한 5.24 조치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업종은 섬유·의복 분야와 농수산물 분야였고, 형태에서는 위탁가공교역업, 일반물자교역 분야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위탁가공업을 하는 대북사업자 엔에프엔 김찬웅 대표는 “5.24조치 탓에 납품도 못하고 방북조차 막혔다”면서 “남성복·여성복의 여름용 계절상품을 확보하지 못 해 21억여 원을 손해 봤고 가을·겨울 것까지 합하면 손해액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는 기업들의 요망 사항을 조사하는 등 후속조치에 나선 바 있다. 일단 정부는 반입·반출을 한시적으로 허용함으로써 기업이 최소한의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5.24 조치로 자금난을 겪게 된 기업들에 대해 금융 지원을 제공하면서 기업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책만으로 기업들의 피해를 회복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편 5.24 조치를 발표하면서 정부는 북한의 직접적인 외화수입 손실액이 연간 2억 5000만 달러~3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정부가 남측 기업의 피해를 감수하면서 5.24 조치를 취하는 명분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일부 대북 경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의 발표에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 5.24 조치 이후 북한이 중국을 더 의존하게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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