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칼럼] 서구인들은 왜 한국의 가족을 주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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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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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제시장’은 도시인들이 지난 개발 시대를 어떻게 겪어 왔는지 보여준다면, 연극 ‘봇물은 터졌는디...’는 농촌인들이 그 지난 시기를 어떻게 버텨왔는지 보여준다.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는 경제적인 안정을 기할 수 있었고 자녀들을 잘 키우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는 인물이다. 지난 세월 고생은 오늘을 위한 낭만적 고통의 여정이다.

연극 ‘봇물은 터졌는디...’의 주인공은 지난 세월 자신의 꿈을 이뤘다기보다는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치열했다. 가족 구성원 가운데 배우자는 먼저 떠났고, 혼자 아이를 키워야 했다. 옳은 명분을 위해 투쟁하기도 했지만 뒤늦게나마 만난 사랑하는 사람과 끝내 맺어지지도 못한다. 아이들이 결혼을 해버려 겹사돈을 맺을 수 없으니 비극적 멜로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양보하고 희생해 키운 자녀는 국내에 살지도 않고 캐나다에서 한국에 올 줄을 모른다.

영화 ‘미나리’는 미국 아칸소에서 남매를 키우는 한국 부부가 맞벌이에 심장이 약한 막내 때문에 한국에서 어머니를 불러온다. 지방에서 서울로 아이를 보러 오는 수준이 아니라 북미 대륙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어머니의 자녀 사랑을 세계인 어느 누가 따라갈 수 있을까. 하지만 머나먼 타향에서 할머니(윤여정)가 결국 아프기 시작한다. 그 할머니를 누가 돌볼까. 만약 치매라면 배우 윤정희처럼 성년 후견제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도 재산이 있어야 가능할 법하다. 미국으로 건너 온 순자(윤여정)에게 있는 것은 미나리씨앗뿐. 그 씨앗의 의미에 공감하는 자식이 있다면 다행이다.

연극 ‘봇물은 터졌는디...’에서는 비극적으로 낭만적이지만 자식 봉양을 바랄 수 없는 부모 세대의 자화상도 그린다. 열심히 살았지만, 자신을 돌봐줄 경제적 여유는 물론 가족도 없는 이들이 너무나 많은 상황은 영화 ‘국제시장’의 뿌듯한 묘사가 부족해 보이는 이유다. 대부분의 노년층들은 성공보다는 그 반대쪽에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66세 이상 은퇴 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가장 높다. ‘2020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상대적 빈곤율은 43.4%였다. 더구나 프랑스(3.6%), 노르웨이(4.3%), 독일(10.2%), 캐나다(12.2%) 등과 비교할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노후를 요양원에서 보내야 하는 풍경은 비단 기성세대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미래 세대의 상황은 더욱 그럴 것이다. 저출산으로 가족 자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싱글족, 비혼족의 증가가 트렌드로 부각되고는 한다. 그것도 젊고 돈의 여유가 있을 때 멋져 보일 것이다. 영화 ‘승리호’에서 보여주는 2092년 비혈연적 대안 가족은 미래 세대의 삶이 가족 해체로 파편화되는 운명을 거꾸로 말해 준다.

서구인들이 비록 영화 속이지만, 영화 ‘미나리’ 속 할머니 캐릭터를 통해 그 작품성을 높게 보는 이유는 한국의 가족주의다. 그들이 가족 해체를 경험하고 얻은 늦은 깨달음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가족주의를 해체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배우 윤정희의 형제자매와 자녀 간의 갈등이 말해준다. 가족 해체를 하고 얻은 경제 개발과 성장은 개인의 행복도 보장하지 못한다.

더구나 우리나라가 노인 빈곤율이 높은 상황에서 가족이 서로를 의지하고 견뎌야 한다. 국가 정책의 초점이 가족이 무너지지 않게 해야 하고, 미래 세대에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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