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게베=AP/뉴시스]26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장게베에 있는 국립여자중학교에서 무장 괴한들의 공격으로 학생들이 납치돼 교실이 텅 비어 있다. 경찰은 괴한들이 학생 317명을 납치해 구출 작전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장게베=AP/뉴시스]26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장게베에 있는 국립여자중학교에서 무장 괴한들의 공격으로 학생들이 납치돼 교실이 텅 비어 있다. 경찰은 괴한들이 학생 317명을 납치해 구출 작전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최근 아프리카 서부 나이지리아에서 학생들을 겨냥한 납치 사건이 잇따르면서 나이지리아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나이지리아 북서부의 한 여학생 기숙학교에 무장 괴한들이 침입해 학생 317명을 납치했고 현재 피랍 학생들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8일 주일 삼종기도에서 나이지리아 주교들과 함께 이 범죄를 규탄했다.

앞서 지난주 나이지리아 중북부 나이저주의 한 중등학교에서 학생과 교직원 등 42명이 무장조직에 납치됐다가 풀려났다.

지난해 12월에는 무함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이 카트시나주를 방문한 동안 현지 한 기숙학교에서 남학생 300여명이 괴한들에게 납치됐다가 나중에 풀려나기도 했다.

나이지리아 학생들의 대규모 피랍이 빈번한 상황에서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달 1일 나이지리아 기숙학교들이 납치 사건의 표적이 되는 원인을 분석한 기사를 내보냈다.

NYT는 이 기사에서 보안 전문가들의 인터뷰 등을 토대로 경제 위기를 겪는 나이지리아에서 납치와 관련된 산업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나이지리아에서 부유층이나 유명인들의 자녀뿐 아니라 가난한 학생이 집단으로 피랍 대상이 됐다고 진단했다.

나이지리아 북부 등에서 학생 피랍 사건이 발생하면 주지사 등 지역 고위 관리들은 여론의 비판 대상에 오르고, 범죄조직들이 협상을 통해 몸값을 받은 뒤 학생들을 풀어주는 사태가 반복된다.

여기에 부패한 정부 관리들이 중간에 학생 몸값의 일부를 가로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나이지리아 북동부 보르노 주의 주도 마이두구리의 교육 및 보안 전문가 바부오 하빕은 학생 피랍 사건에 대해 "정부가 그것에 진지하지 않으면 그것이 끝나는 것을 볼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납치범들은 수백만 나이라(나이지리아 화폐)를 가질 수 있는 매우 창의적이고 쉬운 방법을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나이지리아의 한 보안 보고서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에서 2011년 6월부터 작년 3월까지 납치범들에게 지급된 몸값은 최소 1천800만 달러(약 201억8천만원)으로 추정된다.

나이지리아에서 학생들을 겨냥한 납치는 점점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범죄 조직들은 학생들을 집단으로 납치하기만 하면 몸값으로 큰 돈을 벌수 있다고 여긴다.

또 나이지리아 정부와 납치 조직들의 석방 협상은 비밀스럽게 진행되고 몸값 등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다.

보안 전문가 하빕은 "학생 구출과 관련된 비밀은 관리들이 수백만 나이라를 지갑에 챙기는 것을 훨씬 쉽게 만든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의 많은 기숙학교가 보안이 취약한 도시 밖에 위치한 점도 납치 사건의 고리를 끊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작년 12월 괴한들이 카트시나주를 공격했을 때 많은 학생이 담장을 넘어 도망쳤지만 이들은 경찰의 보호를 받지 못한채 밤새 맨발로 시골을 걸어야 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 정부는 납치 사건 예방에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바시르 마가시 나이지리아 국방부 장관은 지난 17일 학생 피랍 사건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이것이 군대 만의 책임이냐?"고 반문한 뒤 "경계를 유지하고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모두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납치 사건이 잇따르면서 나이지리아 교육의 위기도 커졌다.

초등학교 연령대의 어린이 중 3분의 1은 이미 학교에 가지 않고 있다.

퇴역 군인 출신의 보안 전문가 무함마드 갈마는 납치 사건과 관련해 "그것은 어떤 학생들에게 학구 생활의 끝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보안회사 컨트롤리스크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납치 사건의 37%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 발생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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