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악수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출처: 뉴시스)
작년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악수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냉전 후 생존에만 치중했던 세계 독재 정권들이 경제·군사적으로 성과를 얻으며 최근 공세를 시작했다고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가 1일(현지시간) 진단했다.

매체는 “최근 몇 년간의 권위주의적 전환은 민주주의 체제의 결함과 실패를 반영한다”며 앞으로 수십년 동안 민주주의와 독재 사이의 길고 끈질긴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보도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독재정권은 경제적 성과와 군사력에서 진보해왔다. 독재자들은 디지털 도구를 사용해 야권 운동을 교묘하게 탄압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들은 한때 유망해 보였던 민주화 운동을 물리치고, 민주적으로 변하는 듯 보였던 나라들을 장악했으며 그들의 국제적 영향력을 크게 증대시켰다.

세계가 본 것은 민주주의의 후퇴보다는 권위주의의 부활이다. 오랫동안 생존에만 치중했던 독재자들이 지금 공세에 나서고 있다.

매체는 이 경쟁의 결과가 결코 뻔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민주주의 우방국들이 이 역사적 순간의 이해관계를 이해하고 과거보다 더 창의적이고 대담한 방법으로 세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 민주국가들은 그들의 대열에서 후퇴하는 걸 막는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독재 정권에 대항하는 통일 전선을 유지해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 권위주의 부활을 저지하려는 어떤 시도도 인도와 폴란드 같은 곤경에 처한 민주국가들이 세계 독재정권의 대열에 합류하는 것을 동시에 막아야 하며 중국과 러시아가 국제질서를 재편성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민주 동맹국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퇴보적 민주주의 국가에 대해서도 협력 가능성을 보존해 민주주의 세계를 확보하는 능숙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기간 민주주의와 독재 간의 갈등에서 미국이 어느 쪽을 택할지에 대한 전례 없는 의구심을 던졌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2016년 이전에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에서 민주적 동맹국을 찾을 가능성이 희박하자 워싱턴은 독재 정부를 정기적으로 지원했었으나 지난 4년은 미국 대통령이 민주국가보다 독재정권을 공공연히 선호하고 민주동맹 내에서 독재정권을 강화한 첫 해였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 시시, 북한의 김정은 등 독재자들과 그들의 나라가 이념이나 지리적 중요성을 거의 공유하지 않았음에도 이들을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이들에 대한 감탄을 나타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지도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를 들어 메르켈 총리가 2016년 중동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의 대량 유입을 수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때, 그는 유럽 본토로 향하는 주요 경로 중 하나를 차단한 유럽연합(EU)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간의 협상을 주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합의로 정치적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독일을 비롯한 몇몇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에서 건설한 가스 파이프라인인 노르트 스트림2를 밀어붙였다.

매체는 메르켈 총리를 비롯한 유럽 지도자들이 독재 진영에 제공한 가장 중요한 서비스로는 헝가리와 폴란드 등 주변국의 민주적 역주행과 맞서지 못한 점을 꼽았다. 지난 10년 동안 부다페스트와 바르샤바 두 나라의 정부들은 빠르게 법치를 잠식하고 권력 분립을 약화시키고 언론의 자유를 약화시키며 선거를 매우 불공정하게 만들었다. 전 세계의 민주적 통치 상태를 추적하는 단체인 프리덤하우스는 최근 헝가리를 EU 회원국으로는 처음으로 ‘부분적 자유’로 격하했다.

그러나 EU는 아직 헝가리와 폴란드에 심각한 제재를 가하지 않았고, 양국은 EU로부터 수십억 유로를 계속 받고 있다.

매체는 그러면서 작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가 정치인들을 민주주의 가치에 깊이 헌신하게 했다며 EU에서도 일부 정치인들이 독재정권에 맞서기 시작했다고 기대를 보였다. 그러나 민주주의 지도자들이 권위주의 부활의 정도와 그것의 심각한 위협을 인식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반응은 너무 늦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정책과 관련, 매체는 향후 몇 년 동안 미국은 독재국가나 퇴보된 민주주의 국가보다 메르켈이나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같이 오랜 민주주의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망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소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구체적인 시기나 내용을 발표하지는 않았으나 독재 위협에 맞서 싸우는 민주주의 국가들을 다시 활성화시키자는 제안이 될 것으로 매체는 예상했다. 매체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무엇이 최소한의 민주주의 기준을 위반하는 것이고 미국이 이를 어기는 국가들에 어떤 비용을 부과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매체는 또한 권위주의 부활을 막기 위한 마지막 단계로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두 개의 기초 기관인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개혁을 촉구했다. EU나 나토의 핵심 가치와 임무를 확고히 하고, 이에 부합하지 않는 회원국들은 규칙에 따르게 하거나 제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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