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곤=AP/뉴시스] 22일 미얀마 양곤 시내의 한 교차로에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대가 모여들고 있다. 군사 정권의 유혈진압 위협에도 미얀마 전역에서 총파업이 벌어져 수백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2021.02.22.
[양곤=AP/뉴시스] 22일 미얀마 양곤 시내의 한 교차로에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대가 모여들고 있다. 군사 정권의 유혈진압 위협에도 미얀마 전역에서 총파업이 벌어져 수백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2021.02.22.

군부, 총격 등 강경 대응

28일 최악의 유혈 사태 일어

미얀마 대사 “쿠데타 종식해야”

아세안, 2일 첫 사태 논의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1일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시행한 지 한 달째다. 국내외로 군부를 향한 압박이 계속되고 있지만, 군부는 오히려 수위를 높여 강경 대응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에는 초 모 툰 주유엔 미얀마 대사가 군부 쿠데타의 즉각적인 종식을 위해 국제사회에 호소했지만, 사망자와 부상자는 계속 늘고 있어 군부와 시위대 간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현지 매체를 인용해 지난 2월 28일 미얀마 남부 다웨이에서만 경찰의 총격으로 3명이 숨진 것을 비롯해 최소 18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쳤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또 앞서 지난 20일에도 수도 네피도와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시위 참가자 1명과 2명이 각각 군경의 총격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도 시위 참가자 5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특히 외신 기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양곤에서 시위대가 총격에 목숨을 잃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 손가락 경례하는 미얀마 주유소 직원들[양곤=AP/뉴시스] 24일 미얀마 양곤에서 근무복을 입은 주유소 직원들이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여해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세 손가락 경례하는 미얀마 주유소 직원들[양곤=AP/뉴시스] 24일 미얀마 양곤에서 근무복을 입은 주유소 직원들이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여해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의사의 말을 인용해 “가슴에 총을 맞은 남성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고 전했다.

또 양곤에서는 경찰의 진압 작전 이후 심장마비로 죽은 여성도 있었다. 그는 교사들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 아니라 현지 사정상 파악하기 쉽지 않지만, 여러 도시에서 더 많은 시민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미얀마 시민들이 소셜미디어(SNS)에 자체 집계한 사망자 소식을 알리고 있는데, 보도로 알려진 수치보다 훨씬 높은 데다 현지 피해 상황을 담고 있는 각종 동영상도 올라오고 있다.

미얀마 시민들의 SNS에 따르면 수치는 다르지만 군부의 강경 대응으로 적어도 20명 이상 사망했고, 30여명 이상이 부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양곤 도심 흘레단 사거리 인근에서 시위대 한 명이 총에 맞아 쓰러진 뒤 피를 흘리며 다른 곳으로 옮겨지는 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왔다. 현지 매체인 미얀마 나우는 “이 참가자가 군경이 쏜 실탄에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최악의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며 ‘피의 일요일’이라 말하며, 총 맞은 시민 사진과 동영상을 SNS에 올리며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유엔=AP/뉴시스] 유엔 총회서 쿠데타 종식을 촉구해 반역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미얀마 군정에 의해 해임된 초 모 툰 주유엔 미얀마 대사가 27일(현지시간) 군부에 맞서 투쟁을 계속할 뜻을 밝혔다. 사진은 초 모 툰 대사가 지난 26일 유엔 연설 후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는 모습. 2021.02.28
[유엔=AP/뉴시스] 유엔 총회서 쿠데타 종식을 촉구해 반역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미얀마 군정에 의해 해임된 초 모 툰 주유엔 미얀마 대사가 27일(현지시간) 군부에 맞서 투쟁을 계속할 뜻을 밝혔다. 사진은 초 모 툰 대사가 지난 26일 유엔 연설 후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는 모습. 2021.02.28

이러한 대립이 계속될수록 국제사회의 대응을 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주유엔 미얀마 대사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자신은 쿠데타로 정권을 빼앗은 군사정권이 아닌 민의로 세워진 문민정부를 대표한다는 점을 밝혔다. 그러면서 쿠데타는 용납될 수 없고 반드시 실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쿠데타를 즉각 종식하고 무고한 시민에 대한 억압을 멈추도록 하는 한편 국가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줘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설을 끝내면서 미얀마 국민들 사이에서 쿠데타 저항의 상징으로 사용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는 사진도 SNS에서 확산했다.

연설이 끝난 직후 미얀마 군부의 국영방송은 “국가를 배반했다”며 그가 해임됐다고 발표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세안 10개국 외교장관들은 오는 2일 미얀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첫 회담을 한다고 밝혔다. 이 회담에는 미얀마 군정이 임명한 운나 마웅 르윈 외교장관도 참석한다. 회담을 주도한 인도네시아는 미얀마에 선거 감시단을 보내 총선을 다시 치르게 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얀마 시민들은 아세안 국가들이 내년 총선을 지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우려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아세안은 미얀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아세안도 중국처럼 군정에 대한 제재와 비난에 근거한 접근법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이 발생했지만, 문민정부가 이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이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규모가 확산하자 군부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인터넷을 차단하는 등 강경 대응을 진행했고 결국 28일 제일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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