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희 건축가

특별한 것을 할 때 기대를 잔뜩 하게 된다. 기대를 채우기 위해서 다양한 자료나 관련 이야기를 들어본다. ‘건축에서 기대할 만한 재료가 있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조금이라도 보태고 싶다는 심정으로….

매년 새로운 재료가 나오고 그 재료는 가격과 성능으로 평가 받는다. 입장이 다들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예비 건축주의 입장에서 평가된다. 다른 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 좋다든지 성능이 좋아서 만족도가 있을 것이라 지레짐작 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건축현장에서 일어날 일을 짚어 본다면 금세 다시 생각하게 된다. 현장에서 다루기가 힘든 재료라는 사실은 지레짐작 못 했던 것이다. 그래서 실컷 좋은 재료라고 마음에 담아두고 건축설계과정에서 열정적으로 반영해 보지만 시공사의 견적에서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이미 재료비에 비해서 인건비와 관리비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고, 좀 한다는 시공사 입장에서는 이 재료든 저 재료든 꼼꼼하게 시공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재료의 단가와 성능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오히려 가격경쟁이 있는 재료라도 처음 사용해보는 재료다 보니 더 신중하고 조심스럽기에 시공성과는 거리가 멀어 공사비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예비 건축주 입장에서야 좋은 재료를 합리적인 가격에 적용할 수 있으면 좋지만 아주 고급 재료가 아닌 이상에서야 별로 차이 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시공을 좀 더 잘 하는 것이 좋은 건축의 지름길이고 건축설계를 합리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만족도를 올리는 일이 될 것인데 재료를 먼저 고민하다가 큰 그림을 놓칠 수 있다.

‘공사비에 맞추어서 건축설계 해주세요’라고 접근해 보는 것은 어떨까. 설계 과정에서 시공 관련 건축 상세를 고민함으로써 재료의 성능을 높이고 돋보이게 할 수 있을 것이고, 덤으로 설계 과정에서 예비 견적을 뽑아서 전체 공사비에 근접하게 설계도서(도면+서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바다와 같이 큰 건축 영역에서 작은 돛단배 하나를 발견하는 것도 특별하겠지만 곧 마주칠 큰 파도를 헤쳐나갈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먼저 생각해 보면 좋겠다.

건축에서 지레짐작은 금물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