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3월 1일 전국에서 울려 퍼진 ‘대한독립만세’는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꾼 역사적 사건이다. 그 의로운 3.1운동이 일어난지 꼭 102주년이 되는 올해, 우리사회의 이슈는 온통 코로나19 방역이다. 보건당국에서는 지난달 27일부터 3.1절까지 이어지는 사흘 연휴 동안 방역 수칙 준수를 강력히 호소하고 나섰는바 제3 확산기를 맞은 수도권 중심으로 가족과 지인을 통한 감염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기도 한데 이로 인해 3.1절 행사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우리사회를 암담하게 뒤덮은 그림자, 코로나19 환난이 있기 전만 해도 3.1절 행사는 정부, 사회단체 주관으로 성대히 거행돼왔다. 매년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완강히 저항해 전 민족이 일제히 일어났던 3.1운동을 기념했고, 이로써 독립국가의 소중함과 민주주의의 참된 가치를 계승해왔던 것이다. 그렇지만 올해 3.1절 행사는 크게 축소된 채 비대면 행사로 대체됐으니 그 역사적 의의와 시대적 교훈마저 퇴영(退嬰)될까 우려가 앞선다.

정부에서는 2년 전부터 3.1운동 관련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운영해 12대 전략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중이다. 핵심 사업은 독립운동의 과거사를 온 국민이 기억하고 또한 이를 기념하는 일로써 애국지사들이 고난을 무릅쓰고 국내외에서 전개했던 갖가지 애국적 자취를 발굴해 선양하는 일이다. 그와 함께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묻어진 수많은 미발굴 애국지사를 적극적으로 찾아내 합당한 대우를 하는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애국지사와 그 후손들에 대한 국가의 의무이자 바른 도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사회에서는 아직도 많은 미발굴 애국지사 후손들이 고통당하고 있는 처지다. 일제 강점기에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치고 희생당한 애국자들의 활동에 대해 정부가 적극 나서서 발굴해야 하건만 국가보훈처의 공훈 심사 장벽이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그 후손들이 어렵사리 자료를 찾아 보훈처에 제출하고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도 퇴짜 놓기 일쑤이고, 관련해 정부를 상대로 수십 차례 민원을 제출해도 동일 반복 민원이라고 반려를 거듭하는 상태다. 이래서야 정부가 밝힌 애국지사에 대한 선양 사업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그 사례 중 하나가 지난 43년간 미발굴 애국지사의 후손인 정병기(64) 씨의 애환이다. 정씨는 일제 강점기 시절 대한민국 독립을 위한 군자금을 확보하다가 일경에 체포돼 당시 악명이 높던 서울 마포의 경성형무소에서 모진 고문을 받고 옥사한 증조부의 공적에 대해 지난 43년간 심사 신청하고 탄원했지만 통과되지 못하고 현재에도 애쓰고 있는 중이다.

보훈당국이 미발굴 애국지사가 처했던 당시 상황을 종합 고려해 선제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수많은 애국지사의 명예를 드높일 수 있을 것이고 그 후손들의 고통도 없을 터. 3.1절 102돌을 맞아 정부는 말로만 ‘애국지사 선양하네’ 큰 소리 치지 말고 미발굴 애국지사를 찾아내 걸맞게 예우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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