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없는’ 미국-탈레반 평화협정 1년… 주민들만 더 죽었다
‘평화 없는’ 미국-탈레반 평화협정 1년… 주민들만 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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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7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무장괴한들이 총격을 가한 현장에 피해자들의 피가 남아 있다. 이날 무장괴한들은 여성 판사인 카드리아 야시니, 자키아 헤라위가 타고 있는 차량에 총격을 가했으며 이들은 모두 숨졌다. (출처: 뉴시스)
지난 1월 17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무장괴한들이 총격을 가한 현장에 피해자들의 피가 남아 있다. 이날 무장괴한들은 여성 판사인 카드리아 야시니, 자키아 헤라위가 타고 있는 차량에 총격을 가했으며 이들은 모두 숨졌다. (출처: 뉴시스)

미-탈레반 ‘도하 합의’ 1년

탈레반, 공격 대상만 바꿔

알카에다와의 관계도 여전해

“탈레반 하나도 안 변했다”

평화협상 후 사상자 수 45%↑

5월 미군 철수 유무 초관심

[천지일보=이솜 기자] 지난달 어느 일요일 아침 판사 카드리아 야시니(53)는 평소처럼 출근 준비를 했다. 사무실에 가는 길에 카불 인근에서 동료 판사인 자키아 헤라위를 태우기 위해 정차했다. 이 때 무장괴한들의 총격을 받았다. 그의 아들 왈리가 확인한 CCTV 영상에는 자기 또래의 괴한들이 어머니에게 총격을 가한 후 “알라후 아크바(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며 오토바이로 도주하는 모습이 담겼다.

작년 2월 29일 아프가니스탄 무장반군조직 탈레반은 아프간을 평화로 이끈다는 명목 하에 미국 정부와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18년간 지속된 미국-아프간 전쟁을 끝내기 위해 9차례 카타르 도하에 모여 논의한 결과였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이 협정에 따라 탈레반의 테러 공격 중단을 전제로 올해 5월까지 아프간 주둔 미군을 철수키로 했다.

27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평화협정 후 1년이 지난 지금 평화협정은 온데간데없고 민간인들에 대한 표적 살인이 늘면서 아프간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테러 대상 전환… 움츠러든 주민들

특히 협정의 일환으로 작년 9월부터 시작한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과의 평화회담 이후 암살은 급증했다.

지난 24일 유엔아프간지원단(UNAMA)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아프간에서 민간이 3천여명이 사망하고 580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특히 지난 3개월 동안 707명의 민간인이 표적형 공격으로 사망했다. 작년 민간인 사상자 수는 전년보다 15%가량 줄었으나 평화협상이 시작된 이후인 작년 4분기의 사상자 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45%나 급증했다.

수도 카불에서는 많은 운동가들이 살해 위협에 이 나라를 떠나거나 생활방식을 축소하고 있다. 여성 인권 운동가인 파토니 이사크자이 박사는 “나는 아프간에서 더 이상 운전을 하지 않는다”며 “택시를 타거나 차를 빌리며 필요할 때만 외출한다. 작은 것들이지만 사람들은 두려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많은 암살 사건들은 미해결 상태로 종결됐다. 감시단체 아프간 피스워치의 설립자인 하빕 칸은 BBC에 “사람들이 죽고 있고, 폭탄은 폭발하고 있으며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며 탈레반이 미국과의 평화협상 때문에 군사공격에서 (민간인) 표적 암살로 초점을 전환했다고 지적했다. 칸 역시 집과 사무실이 있는 작은 마을을 거의 떠나지 않는다며 “사람들은 이 가혹한 새 현실에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 협상팀은 몇 주간의 교착상태 끝에 회담을 재개했다. 그러나 회담에 참가한 탈레반은 정치적 해결에 전념하고 있으며, 시민사회를 위협한 암살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살인 용의자를 잡지 못하자 일부에서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가 배후라고 하거나 정파가 혼란을 틈타 보복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아프간 주민 가운데 탈레반이 살인 대부분의 배후에 있음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BBC는 전했다.

유엔 IS·알카에다·탈레반 감시팀의 에드먼드 브라운 조정관은 지난 25일 중동연구소에서 열린 온라인 행사에서 탈레반이 알카에다와의 관계를 끊었다는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다며 결국 실패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와의 평화협정에서 탈레반은 1980년대 함께 시작한 알카에다와 거리를 두기로 했다. 또 이런 무장조직이 아프간에 근거지를 두도록 방조하지 않겠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지난 1월 4일 미 재무부의 한 보고서는 알카에다가 탈레반의 보호 아래 계속 활동하면서 재편성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타밈 아세이 전 아프간 국방부 차관은 “모든 사람들은 미국과의 협정을 통해 탈레반이 군부대에서 정치세력으로 탈바꿈하기를 희망했다”며 “그러나 아무도 탈레반이 변했다는 징후를 보지 못했다. 그들은 단지 전술을 바꿨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2020년 11월 24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바미안의 한 병원 영안실에서 폭발로 사망한 사람들의 시신 가운데 친척인 한 남성이 울고 있다. 이날 정부 협상단과 탈레반이 평화회담을 위해 만난 가운데 아프간 중부 도로변에서 폭탄이 터져 수십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출처: 뉴시스)
2020년 11월 24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바미안의 한 병원 영안실에서 폭발로 사망한 사람들의 시신 가운데 친척인 한 남성이 울고 있다. 이날 정부 협상단과 탈레반이 평화회담을 위해 만난 가운데 아프간 중부 도로변에서 폭탄이 터져 수십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출처: 뉴시스)

◆미군 철수할까… 탈레반 “철군 촉구”

미국은 2020년 2월 1만 3천명이었던 아프간 주둔 병력을 최근 2500명까지 감축했다. 일부 관측통들은 탈레반이 그들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우려를 감안할 때 5월에 완전히 철수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한다.

철군 시점인 5월이 가까워짐에 따라 탈레반은 전략 균형을 주요 군사작전으로 되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미군 철수가 연기된다면 탈레반은 미국이 평화협정을 위반했다며 미국에 대한 전쟁 복귀를 위한 명분으로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

앞서 지난 18일 미 국방부는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국방장관 회담에서 미국이 아프간에서 성급하거나 무질서한 철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동맹국들을 안심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나 탈레반은 “작년 타결된 평화합의를 완전하게 이행하라”며 철군 약속을 지키라고 거듭 촉구에 나섰다.

아세이 전 차관은 BBC에 “만약 그들이 5월 시한을 고수해 갑자기 철군을 한다면 아프간에선 내전이 시작될 것”이라며 “알 카에다와 다른 테러 단체들이 부활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며 그들은 공격을 위한 안식처로 아프간을 사용할 것이다. 미국은 관심과 지렛대를 잃게 되고 아프간은 제2의 시리아나 리비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3일 발표된 미 의회 보고서는 미군의 철수가 아프간 내 폭력 감소, 평회회담 진전, 알카에다 봉쇄에 달렸다며 무책임한 철군은 내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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