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출가한 승려들이 여름동안 한곳에 모여 외출을 금하고 오직 수행에 집중하는 하안거(夏安居) 정진이 시작됐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불자들이 108배 등 불교의식으로 기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출가한 승려들이 여름동안 한곳에 모여 외출을 금하고 오직 수행에 집중하는 하안거(夏安居) 정진이 시작됐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불자들이 108배 등 불교의식으로 기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5.19

종정들 경자년 동안거 해제법어 발표
“고통서 벗어나려면 전 생애 걸어야”

[천지일보=이지솔 기자] 불교 주요 종단 최고 지도자들이 겨울 집중수행 기간인 불기 2563년 동안거(冬安居) 해제를 맞아 일제히 법어를 발표했다.

정월대보름인 26일 대한불교조계종 종정(종단의 정신적 지주) 진제스님은 동안거 해제 법어에서 “금일은 경자년(庚子年) 동안거 해제일로, 밤낮없이 용맹정진한 것은 가상한 일이나 대장부의 활개를 치고 나오는 사람이 없으니 애석하기 짝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생사윤회의 고통을 벗어나는 일이 한번 발심(發心)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며 “백절불굴(百折不屈)의 용기를 가지고 결제와 해제에 무관하게 전 생애를 걸어야 한다”고 설법했다.

특히 진제스님은 “화두를 챙길 때는 살얼음 위를 걷듯이, 시퍼런 칼날 위를 걷듯이 온 정신을 화두에 모아야만 육근육식(六根六識)의 경계를 다 잊고 일념삼매에 들어 홀연히 대오견성(大悟見性)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화두(話頭)가 있는 이는 각자 화두를 챙기되, 화두가 없는 이는 ‘부모에게 이 몸 받기 전에 어떤 것이 참나인가?’하고 이 화두를 들고 가나오나, 앉으나 서나, 밥을 지으나 청소를 하나 일상생활하는 가운데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챙기고 의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지허스님은 법어를 통해 동안거 해제가 끝나도 부단한 정진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허스님은 중국 당나라 선지식 조주 선사와 운문 선사의 일화를 인용하며 “한겨울 90일을 느리다 하면 천지가 개었다 흐렸다 하다가 미륵하생(彌勒下生)에도 조사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끝없는 생사고해를 마지못해 따라가는, 이름만 수행자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목계명자야(木鷄鳴子夜) 추구폐천명(芻狗吠天明) 음양부도처(陰陽不到處) 일편호풍광(一片好風光) 나무 닭 한밤중에 울고 짚으로 만든 개 하늘 밝다 짖으니 그늘도 볕도 이를 수 없는 곳 한 조각 경치 더없이 좋네. 나무아미타불’ 게송으로 동안거 수행의 점검과 산철 수행의 화두를 전했다.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9일부터 석 달간 진행된 경자년 동안거에는 전국 93개 선원에서 스님 1951명이 참여해 수행에 정진했다.

동안거는 승려들이 음력 10월 15일부터 이듬해 1월 15일까지 한 곳에 모여 외출을 금하고 수행하는 제도를 말한다. 몇 안거를 났느냐 함이 곧 승려의 수행 이력이 되기도 한다.

안거는 우기(雨期)인 여름철에 수행자들이 돌아다니며 수행을 하다가 폭풍우를 만나 피해를 보기도 하고, 또 이를 피하고자 초목과 벌레들을 살생하는 일이 많았다. 이에 생명을 보존하고자 아예 외출을 금하고 수행에만 몰두하던 데서 유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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