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곡밥과 부럼(출처: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 2021.2.25
오곡밥과 부럼(출처: 국립민속박물관) ⓒ천지일보 2021.2.26

명절 다음으로 중요했던 정월대보름

풍요와 다산의 상징 ‘보름달’에 기도

이웃과 놀이·음식 함께 즐기는 문화

[천지일보=이예진 기자]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음력으로 1월 15일인 26일은 새해의 첫 보름달이 뜨는 정월대보름이다. 달의 움직임으로 만들어진 음력으로 날짜를 보던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과 추석 다음으로 정월대보름을 중요한 날로 여기면서 그해의 풍년과 건강을 기원했다.

◆ 건강을 기원하는 건강한 음식

달 중에서도 가장 밝고 둥근 보름달은 풍요와 다산의 상징으로 새해의 첫 보름달이 뜨는 정월대보름에는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는 음식과 민속놀이 등을 먹고 즐겼다. 정월대보름의 가장 대표적인 음식인 오곡밥은 다섯 가지 곡식으로 만든 밥으로 지역마다 사용하는 재료는 조금씩 달랐다. 보통 찹쌀, 팥, 콩, 수수, 차조 등을 넣어 만들었으며 멥쌀이나 보리쌀로 바꿔 넣기도 했다. 부유한 집에서는 곡식 외에 밤, 대추, 곶감, 꿀 등을 넣어 오곡밥을 지었는데 여기에 간장을 넣어 약밥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이렇게 만든 오곡밥과 나물을 한꺼번에 비빈 후 김으로 싸먹기도 하는데 이를 ‘복쌈’ ‘복리’라고 한다. 새해의 복을 싸서 먹는다는 뜻의 복쌈은 새해의 복이 끝없이 계속되기를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특히 이러한 풍습에는 부족한 시기에 음식을 풍족하게 만들어 주위 이웃과 나눠 먹으면서 함께 복을 기원하는 공동체 삶의 모습도 녹아있다.

여기에 부럼 깨물기로 피부와 치아의 건강까지 관리하는 조상의 지혜도 더해진다. 조선 순조 때 홍석모가 지은 세시풍속서 ‘동국세시기’에는 “날밤, 호두, 은행, 잣, 무를 깨물면서 1년 동안 아무 탈 없이 평안하고 부스럼이 나지 않게 해달라고 빌며 이를 튼튼히 하려는 방법이기도 하다”라고 적혀있다. 부럼 깨물기는 피부질환인 부스럼을 깨문다는 뜻의 한자 ‘작절(嚼癤)’에서 나온 것으로 견과류에 있는 불포화지방산이 피부에 영양을 공급하기 때문에 생긴 풍습이다. 거기다 딱딱한 견과류를 깨무는 것으로 치아 건강을 점검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정월대보름에 하는 쥐불놀이(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2.26
정월대보름에 하는 쥐불놀이(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21.2.26

◆ 주술적 의미가 담긴 민속놀이

정월대보름하면 특이한 음식과 함께 민속놀이를 또 빼놓을 수 없다. 대표적으로 풍년을 기원하는 마을 제사와 달맞이 소원 빌기, 더위팔기, 다리 밟기 등이다.

매서(賣暑)라고도 부르는 더위팔기는 정월대보름날 아침에 아이들이 일찍 일어나 이웃 친구에게 찾아가 더위를 파는 풍속이다. 더위를 팔고자 하는 아이가 친구에게 가서 먼저 이름을 부를 때 친구가 대답을 하면 “내 더위 사가라” “내 더위 네 더위 먼 데 더위”하고 외쳐 더위를 팔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친구의 이름을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으면 더위를 팔려고 했던 사람이 오히려 더위를 사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날씨인 ‘더위’를 고작 말로 어떻게 사고 팔 수 있나 하겠지만 과거에는 여름철 더위를 막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주술적 풍습이 생겨난 것이다.

아침에 더위팔기로 정월대보름을 시작한다면 밤에는 다리 밟기를 통해 건강을 기원한다. 다리 밟기는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행위로 인공 구조물인 다리(橋)를 신체의 일부인 다리(脚)로 밟는 행위다. 이는 튼튼한 인공물인 다리를 밟는 행위를 통해 다리(脚)에 걸리는 병을 물리치는 주술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과학이 발달하기 전 과거에는 정월대보름날 주술적 행위가 담긴 풍속을 통해 건강을 기원하면서 이웃과 즐겁게 보냈다.

이외에도 쥐불놀이 또한 정월대보름에 하는 풍습이다. 쥐불놀이는 달집에 불을 붙여 논과 밭을 태우는 것으로 겨울철 들쥐, 메뚜기, 해충을 쫓고 다음 농사의 풍년을 기원한다. 거기다 들쥐를 죽여 전염병을 막는 일도 하는데 다만 오늘날에는 큰 화재로도 번질 수 있어 주의를 요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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