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2008년 5월 미국 내무부는 멸종 위기종 보호법에 따라 북극곰을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로 공식 등록했다고 발표했다. 결정의 배경에는 지구온난화가 있었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북극해의 빙하가 녹아 북극곰의 서식지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결국, 북극곰은 지구온난화 탓에 세계 최초로 공식적인 보호를 받는 동물이 됐다. 하지만 이것은 지구온난화로 말미암은 재앙의 서막에 불과하다.

2004년에 제작된 재난 영화의 고전 ‘투모로우, The Day After Tomorrow’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재앙의 위기를 실감 나게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정반대의 결과, 즉 지구가 뜨거워져서 급격한 빙하기를 맞이하게 된다는 상식 밖의 결과를 전제하고 있어 당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어떻게 지구가 뜨거워져서 영하 70도가 넘는 빙하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까?

영화에서는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 때문에 북극의 빙산이 녹아내리고 이에 따라 극지방의 막대한 얼음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서 전 지구적 해수순환(적도지방에서는 따뜻한 물이 북반부로 이동하고 북극에서는 차가운 물이 가라앉아 심층수를 이루며 적도로 이동하면서 열 교환이 이뤄지는 것을 뜻함)을 정지시키면서 북반구 아메리카 대륙에 급격한 빙하기가 초래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원래 해수순환의 원동력은 북대서양의 높은 염분 온도에 있는데 북대서양에 빙하가 녹아 바다로 들어가면 바닷물의 염분이 떨어져 바닷물이 가라앉지 못해 해수 순환이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정말 현실 가능한 일일까? 유감스럽게도 과학자들의 답은 ‘예스’이다. 기후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급작스런 기후재앙의 시나리오는 영화 ‘투모로우’와 같은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로 북대서양은 평균 염분이 다른 대양에 비해 높은 편이므로 북대서양에서 차가운 바닷물이 깊이 가라앉을 수 있는데 최근 40여년 간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 염분 농도가 점점 떨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물론 영화처럼 단 6주 안에 ‘투모로우’와 같은 기상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지만 지구온난화가 지속된다면 미래의 어느 날에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영화 ‘투모로우’와 유사한 상황이 현실로 닥쳤다. 최근 미국 본토에 한파가 몰아닥쳐 48개 주 전체 면적의 73%가 눈에 쌓였다. 영하 52도를 기록한 몬태나를 비롯해 일리노이와 인디애나, 아이오와, 메릴랜드, 미시간, 네브래스카 등에서는 영하 40∼영하 50도까지 기온이 떨어졌다. 일부 지역은 체감온도가 영하 70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이런 추위는 지구에서 제일 추운 극지방이나, 심지어 화성 일부지역과 맞먹거나 더 심한 수준이라고 한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번 한파가 차가운 극지 회오리바람인 ‘폴라 보텍스(polar vortex)’ 영향 때문에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차갑고 건조한 공기 덩어리인 극소용돌이는 평소 제트기류 때문에 북극에 갇혀 있지만 기후 변화에 따른 북극의 온난화로 제트기류가 약해지자 냉기를 품은 극소용돌이가 남하하면서 한파를 몰고 왔다는 것이다. 영화 속 시나리오처럼 바닷물의 냉기에 따른 한파는 아니지만 지구온난화가 원인이 돼 북반구에 빙하기에 가까운 기록적인 한파가 도래했다는 점에서는 그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약 250만년 전, 인류가 출현한 뒤에 전 지구적 빙하기와 간빙기는 여러 차례 반복돼 왔다. 1만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현재 간빙기에 와 있는 지구는 90만년 이후부터 10만년 주기로 온난과 한랭기후가 반복되며 서서히 냉각돼 왔다. 만일 온실가스의 급증과 같은 인간의 간섭이 없다면 지구는 서서히 냉각되는 추세였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투모로우’에서처럼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돼 기후가 급격히 변화 되면 그때는 빙하기의 도래를 막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야말로 지구적 대재앙이 초래되는 것이다. 인류의 생존은 물론 장담할 수 없다. 여하튼 ‘투모로우’는 지구의 기후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기 전에 지구 환경을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우리들에게 던져준다. 단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탄소제로에 모두가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 영화가 던져주는 메시지이며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한파나 폭염, 홍수와 산불 같은 기후재난이 주는 경고이다. 그것도 오늘 당장, 내일이면 늦으리라는 신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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