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 언론개혁 멈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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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병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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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거짓, 정도와 사도(邪道) 그리고 진짜와 가짜가 뒤섞여 있다. 무엇이 진실인지, 어떤 것이 가짜인지 구별조차 하기 어렵다. 물론 인류 역사에서 그렇지 않은 때가 있었겠느냐만, 지금의 우리 사회는 그 정도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 아니 어쩌면 가짜가 시대를 주도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오죽했으면 ‘어목혼주(魚目混珠)’라는 사자성어가 세간에 회자될 정도일까 싶다.

언론은 그 주범이다. 혼탁한 세상을 더 혼탁하게, 갈라진 세상을 더 갈라지게 만들고 갈등과 대결을 부추기는 주범들 가운데 언론은 그 선두에 있다. ‘정론직필’의 신념으로 일선에서 뛰고 있는 대부분의 언론인들이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그들도 언론과 기자들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얼마나 큰 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표현의 자유’를 앞세우며 왜곡되고 편향된 눈으로 진실을 호도하는 언론이 수두룩하다. 마치 ‘진영대결’의 총대를 멘 듯 연일 상대편을 향해 음해와 모욕, 저주를 퍼붓는다.

삶이 마치 전쟁터 같은 곳은 가짜들이 판을 치고, ‘가짜뉴스’가 여론을 주도하기 마련이다. 온전한 의미에서의 ‘언론’이 설 자리가 없는 것이다. 가짜들은 대체로 사회적 갈등과 혼란, 대결과 저주를 먹고 산다. 그들의 ‘밥’이 거기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짜들의 천하에 더해서 정치권력까지 결합돼 있다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정치가 허구한 날 쌈질이나 하고, 끝내는 막장으로 치닫는 배경이다. ‘정치의 사법화’는 그 산물이다. 어쩌면 오늘의 우리 현실이 딱 이렇다.

드디어 언론을 향해 양심과 진실에 대한 고민, 그리고 ‘표현의 자유’에 무게감을 더 실어주는 ‘책임’의 문제가 정치권에서 본격화 되고 있다. 민주당이 거짓과 왜곡 보도를 일삼는 언론사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등 언론의 공공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내용의 법률안을 발의했다. 비록 징벌 수준이 낮고 소비자 피해구제의 내용이 취약해 당초 취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지만, 그럼에도 언론개혁을 향한 의미 있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 셈이다.

여기에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도 가세해서 더 높은 수준의 언론개혁을 예고했다. 잘만 된다면 ‘언론개혁’의 큰 이정표가 될 법한 내용들이다. 입법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민주당은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언론개혁 관련 6개 법률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방침이 확고하다면 언론개혁을 향한 큰 걸음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번에도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나선 것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합의 처리는 이미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민주당을 중심으로 열린민주당과 정의당 등이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동시에 국민의힘의 거친 공세와 수구언론들의 핏발 선 저항을 감내해야 한다. 임기 5년차의 국정운영과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적잖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쯤에서 언론개혁을 포기한다면 임기 5년차의 국정운영과 4월 재보선은 더 소모적인 진영대결로 치닫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언론개혁 입법화가 가시화되자 벌써부터 일부 수구세력들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느니, 또는 ‘언론장악’에 나섰느니 하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예상했던 저항이다.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그동안 가짜와 왜곡을 얼마나 확산시켰는지 그들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언론장악’의 진짜 주범들이 누구인지도 그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수구세력은 그런 말을 할 자격도 없다. 물론 이것은 수구세력만의 문제는 아니다.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일부 개혁세력도 예외가 아니다. 적대적 진영논리를 확산시키며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려는 무리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나만 ‘팩트’를 말하고, ‘우리의 길이 곧 정의의 길’이라는 식의 오만함은 그동안 수없이 봐왔던 꼴불견이다. 가짜와 왜곡은 동시에 그들의 무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언론개혁의 방향은 일부 수구언론만 타깃을 삼는 것이 아니다. 저급하고 음모적인 가짜들 모두가 대상인 셈이다.

이번 언론개혁 법률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단박에 큰 변화가 오는 것이 아니다. 징벌배상을 강하게 규정한다고 해서 저급한 언론이 하루아침에 교양 있는 언론으로 탈바꿈하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다만 이번 기회로 인해 언론사의 체질을 바꾸고 뉴스의 생산과 유통에 이르는 과정에서 ‘진실’이 승리할 수 있도록 물꼬를 틀 뿐이다. 언론은 법과 권력의 접근을 최소화 시켜야 할 상징적인 영역이다. 그만큼 자율과 자유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또 그만큼 ‘책임’이 중요한 것도 당연하다. 자유만 외치면서 책임을 방기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목혼주의 오늘이 생생하게 말해주고 있다.

언론개혁의 성과는 무엇보다 소비자인 국민의 이익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양질의 뉴스를 접하고 이를 바탕으로 건강한 ‘공론의 장’을 형성함으로써 사회 전체를 진일보케 하는 주체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은 큰 성과다. 양심이 바로 서고 정의가 승리하는 사회는 이렇게 만들어 지는 것이다. ‘언론의 자유’를 마치 무슨 신주처럼 받들었던 미국 건국사의 스토리는 이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늦었지만 우리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길이다.

특히 소비자인 국민의 선택권을 회복하고 가짜들을 척결하면서 국민의 피해를 유발한 언론사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의 책임을 묻는 것은 현 시점에서 언론개혁의 최대 관건이다. 언론과 인터넷 등을 통해 확산되는 가짜와 왜곡, 음모와 저주의 선동은 이미 인내의 한계를 넘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언론을 제 자리로 위치시킬 것인가. 다시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악담과 음해, 저항과 저주가 판을 칠 것이다. 그렇다고 좌고우면할 일이 아니다. 지금 아니면 시간도 많지 않다. 이참에 언론을 언론답게 만들어서 격탁양청(激濁揚淸)의 공론장을 구축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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