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지난해 12월 김포경전철에 사고가 나서 승객 600여명이 불안에 떨었다. 안내 방송도 없었고 비상전화도 연결되지 않았다. 대피도 선로를 통해서 했다. 전동차 안에 갇힌 시간만 1시간에 이르렀고 고치는 데만 3시간이 걸렸다. 그것도 퇴근한 직원들까지 나오고 나서야 고칠 수 있었다. 개통 이후 지금까지 사고가 11번이나 났다.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단계 하청구조와 저가입찰제에 따른 저임금과 인력부족 문제가 근본 문제다. 김포시는 최저가입찰제의 실행으로 예상된 가격보다 수백억원을 낮췄다. km당 운영비가 대폭 낮아졌다. 김포시장과 계약업무를 수행한 공무원은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칭찬을 듣기도 했을 것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비용절감’이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시민의 안전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졌다. 김포시의 예산은 절감됐을지 모르지만 공동체의 안전은 파괴됐다.

서해선과 용인경전철을 포함해 대부분의 경전철이 다단계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다단계 하청구조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노동자들을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되는 특성이 있다. 이 같은 점이 다단계 구조를 선호하게 만든다. 최저가입찰제와 다단계 구조는 필연적으로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고 안전과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축소하도록 만든다. 김포경전철 사고에서 보는 것처럼 결과는 참혹하다. 노동조건을 악화시키고 안전 환경을 해침으로써 시민안전에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한다. 재작년 9월 개통 이후 김포경전철에서 사고가 11번이나 나고 심각한 사고가 3번이나 난 것은 커다란 참사가 날 가능성을 예고한다고 할 수 있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김포시와 위탁을 맡고 있는 서울시 및 교통공사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근본적인 대책은커녕 작은 변화도 거부하고 있다. 저임금 해소와 근무 적정인력 확충, 안전예산 확충, 직영체제 전환을 결단해야 한다.

산재사고와 관련해 ‘하인리히 법칙’이라는 유명한 법칙이 있다. 이 법칙에 따르면 산업재해는 1대 29대 300의 비율로 작동된다. 300번의 사소한 징후(신호) → 29번의 작은 사고(경고) → 1번의 대형사고(재해)로 이어진다. 사소해 보이는 사고가 반복될 때 이를 방치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진다는 무서운 경고다.

우리사회는 지난 세월 작은 사고를 예삿일로 생각하고 무시하는 바람에 얼마나 큰 참사를 반복해서 겪었는가! 세월호 참사가 그렇고 스텔라데이지호 참사가 그렇고 밀양과 제천의 참사가 그렇고 이천물류센터 화재참사가 그렇고 대구지하철 참사, 구의역 참사가 그렇다. 기간산업, 특히 안전 분야는 민간에 맡기거나 다단계 하청체제를 도입해서는 안 된다. 다단계 구조는 생명안전에 치명적이고 노동자의 삶에 악영향을 주는 방식인데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노동자의 삶과 권리, 시민안전을 뒷전에 두는 정부기관과 지자체 때문이다. 책임은 정부기관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국회와 사법부도 마찬가지다. 인간 중심, 인권 중심의 철학이 자리 잡지 못한 한국사회의 현실을 반영한다. 경영 또는 운영상의 효율을 앞세우고 돈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사회의 병폐가 드러난 모습이기도 하다.

병이 있으면 치료를 해야 한다. 진단을 엉뚱하게 하거나 진단은 잘 했지만 대증요법에 머문다면 상처는 더욱 곪게 된다. 곪은 상처는 반드시 터진다. 한국 사회는 30년에 걸친 군사정권의 집권 과정에서 그리고 70년에 걸쳐 자본 중심의 사회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효율 중심주의, 성과 만능주의, 결과 지상주의가 지배하는 사회가 됐다. 사람이 아니라 돈, 인권이 아니라 이윤이 중심에 놓이는 사회는 중병이 걸린 사회다. 중병은 가벼운 치료로 낫지 않는다. 근본적인 치료를 해야 낫는다.

한국사회는 ‘작은 개선’을 쌓는 방식으로는 치유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사람 중심, 생명 중심, 자연 중심의 가치를 분명히 하고 근본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 현상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사회구성원 전체가 다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해결될 수 있는 ‘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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