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버트 W. 테일러가 서울에 지은 가옥 ‘딜쿠샤’가 전시관으로 조성된 모습.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 2021.2.25
앨버트 W. 테일러가 1929년 서울에 지은 가옥 ‘기쁜 마음의 궁전’이란 뜻의 딜쿠샤가 80년만에 원형이 복원된 모습.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 2021.2.25

‘독립선언서’ 사본 아들 침대 밑에 숨겨… 세계에 타전

강제 추방 80년만 원형복원… 근대 건축사에 중요자료

손녀기증자 “서양인 독립유공자 재조명받는 기회되길”

[천지일보=양효선 기자] 서울시가 1919년 3월 1일 독립운동과 일제의 만행을 세계에 알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미국 AP통신 임시특파원 앨버트 W. 테일러(1875~1948)가 살았던 집을 복원해 3.1절 개방한다고 25일 밝혔다.

서울시는 앨버트 W. 테일러가 서울에 짓고 살았던 가옥 ‘딜쿠샤(Dilkusha)’의 원형을 복원해 역사 전시관으로 재탄생한다.

1942년 조선총독부의 외국인추방령에 의해 테일러 부부가 강제 추방된 뒤 80년 만에 원형 복원이다.

서울시는 딜쿠샤의 원형 복원을 위해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고증 연구를 거쳐 2018년 복원 공사에 착수, 지난해 12월에 공사를 완료했다. 현재 기획재정부 소유이며 서울시가 관리한다.

딜쿠샤는 테일러가 한국에 거주하던 1923년에 건립한 서양식 가옥으로, 2017년 8월 국가등록문화재 제687호로 지정됐다.

복원 전인 2016년 딜쿠샤 모습.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 2021.2.25
복원 전인 2016년 딜쿠샤 모습.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 2021.2.25

종로구 행촌동에 있는 지하1층, 지상2층의 서양식 붉은 벽돌집으로 내부 1‧2층 거실은 테일러 부부 거주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나머지 공간은 한국에서의 생활상과 앨버트 테일러의 언론활동 등을 조명하는 6개의 전시실과 영상실로 구성했다.

그의 집 ‘딜쿠샤’는 기쁜 마음의 궁전이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로, 테일러의 아내 메리 L. 테일러가 인도의 딜쿠샤 궁전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테일러는 1896년 조선에 평안도 운산 금광 감독관을 지내고 충청도의 직산 금광을 직접 운영한 광산 사업가였다. 연합통신 특파원으로도 활동하며 3.1운동과 제암리 학살사건을 해외에 보도해 일제의 만행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공헌했다.

특히 1919년 아내가 아들을 출산할 당시 세브란스 병원 침상에 숨겨져 있던 3.1운동 독립선언서 사본을 발견, 갓 태어난 아들의 침대 밑에 숨겨 일제의 감시망을 피해 타전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26일 딜쿠샤 전시관 개관식에는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을 비롯해 앨버트 테일러의 손녀이자 딜쿠샤 유물 기증자이자 제니퍼 린들리 테일러는 이날 전시관 개관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앨버트 W. 테일러.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 2021.2.25
앨버트 W. 테일러. (제공: 서울시) ⓒ천지일보 2021.2.25

제니퍼 린들리 테일러는 “딜쿠샤를 복원해 전시관으로 개관한 서울시에 매우 감사드린다”며 “딜쿠샤 개관이 한국의 독립투쟁에 동참한 서양인 독립유공자가 재조명받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정협 시장 권한대행은 “딜쿠샤의 복원은 단순히 하나의 가옥에 대한 복원을 넘어서 근대 건축물의 복원이자 항일 민족정신의 복원으로서 큰 의미를 갖는다”며 “3.1절 딜쿠샤가 전시관으로 시민들에게 개방되면 딜쿠샤라는 이름 그대로 희망이 있는 살아있는 역사교육의 장으로 값지게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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