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장수경 기자] 흑백의 그림과 문장에서 생명력이 느껴졌다. 수묵화는 투박한 듯 절묘했다. 그에 덧붙은 글은 어느 단역의 대사처럼 짤막하고 강렬했다. 그림을 배운 적이 있는고 묵자, 그는 독학이라고 답했다.

광대화가 최영준의 그림 여정은 아파트 지하주차장 바닥에서부터 시작된다. 바닥철이 깨지고 갈라진 자국. 바닥에 흘린 오일 자국과 자잘한 스크래치를 본 순간 “유레카”를 외친다. 그의 눈에는 스크래치가 마치 피카소의 그림처럼 보였다.

“라파엘로처럼 그리기 위해서 4년이 걸렸어. 그런데 아이처럼 그리는 데는 평생 걸렸지”라던 피카소의 말을 힌트 삼아 ‘단순하게, 쉽게, 어린아이’처럼 그리기 시작했다. 석달간 300점의 수묵화를 쉼 없이 그렸다. 밤을 수없이 새우며 그의 입술은 부르트고 몸무게도 확 줄었다. 그 300점의 작품 중 가려 뽑은 114점을 이 책 ‘내가 바로 피카소 할애비다’에 담았다.

거장의 이름 앞에 쫄지 말고, 신념을 움켜쥐고 큰소리치며 광대화가 최영준이 세상을 향해 던진 출사표 ‘내가 피카소 할애비다’. 붓을 쥔 광대 최영준의 신개념, 예측 불가 수묵화 에세이를 들여다보자.

최영준 지음 / 김영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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