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청호 표천길
별이 쏟아지는 밤을 지나
찬바람 이는 6월의 새벽에는
슬픈 초상(肖像)이
어김없이 찾아와 울고 갑니다

어느 분량에서
꾹꾹 참아내던 아픈 가슴
통증이 멈춰야 하는지
어느 깊이에서
숨 쉴 수 없던 호흡
다시 피돌기가 시작되어야 하는지
6월은 늘 안타까운 물음이 됩니다

어머니 눈물을 두고
건널 수 없는 깊이의 강을
마지막 숨결의 한 자락 바람 되어
피 끓는 청춘 뒤로하고
조국의 수호신 되어 그 강을
그리도 아프게 건널 때
오른쪽 뺨에는 고향산천이 흘렀고
왼쪽 뺨에는 아이와 여인이 흘렀습니다

한 맺힌 가슴으로 총탄을 받아내며
아! 아!
조국을 피묻은 가슴으로 묻었을
충절의 영혼이여

인고의 세월이 수없이 고여
푹 패인 웅덩이
그 뒷켠으로
가시덤불을 이고도 웃음 짓는
당신들이 보입니다

천 갈래 만 갈래 찢겨 나갔을 통곡이
이 산하 곳곳에서
한 줄기 빛으로 비칠 때마다

그 뜨거웠던 함성이
조국의 수호신 되어
반만년 역사 삼천리 반도 강산에
무궁화 꽃으로 활짝 피어나고 있습니다.

이 땅을 위해 승화하신
호국 영령들이여!
포연 속에서 잠든
당신의 넋은
대한의 하늘이 되었고

당신의 흘리신 피는
태극기 되어 세계만방에 휘날리며
이 조국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젠 편히 잠드소서
이젠 우리의 소리를 들으소서
당신들의 피 맺힌 한이
우리 가슴에 훈장처럼
무궁화 꽃으로 피어나고 있음을 보소서!

*국가보훈처장상 수상작품

-약력-
서정문학 총괄국장
유엔백서 보조작가
동인지: 한국대표서정시선. 서정의뜰. 코스모스 외 다수

-시평-
이 작품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호국 영령들의 나라사랑 정신을 기리기 위해 국가보훈처에서 실시한 공모전 당선작이다. 이 시를 세번, 네번 정독하면 횟수가 더할수록 행간에 숨겨진 호국 영령들이 남긴 불멸의 거룩한 뜻이 너무나 크고 견고함을 느끼게 된다. 특히 마음을 붙잡은 것은 <당신의 흘리신 피는/태극기 되어 세계만방에 휘날리며/이 조국을 노래하고 있습니다>이다. 뛰어놀던 고향과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겨두고 끝내는 조국 수호를 위해 온몸을 던진 호국 영령들의 고귀한 정신을 시어마다 절절하게 담아내어 우리들에게 애국애족의 교훈을 주고 있다. 세계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한국전쟁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산화한 호국 영령들의 숭고한 뜻을 하늘과 땅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호국 영령들이여! 영생(永生)하소서. (최주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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