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런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뉴런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정상적인 타우(tau) 단백질은 뇌에 전혀 해롭지 않다.

오히려 뉴런(신경세포)의 내골격(internal skeleton) 유지와 영양분 공급 등에 도움을 준다.

모든 문제는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접히는 것에서 시작된다.

잘못 접힌 타우 단백질은 '신경 섬유 다발'(neurofibrillary tangle)을 형성해 뉴런 안에 침적하기 시작한다.

과학자들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함께 타우 단백질을 알츠하이머병의 주범으로 본다.

타우가 잘못 접힌 신경섬유 다발과 아밀로이드 베타가 비정상으로 응집한 플라크((plaque)가 장기간 뉴런에 쌓이면 알츠하이머병이 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타우 단백질이 접히기 시작하는 초기에 독성을 띤 타우 올리고머(oligomer)가 어떻게 생기는지를 미국 보스턴 의대(BUSM)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그동안 독성 타우 올리고머는 알츠하이머 연구의 주요 표적이 돼 왔다. 올리고머는 분자량이 작은 저 중합체를 말한다.

타우 올리고머의 생성 경로를 알아냈다는 건 차단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연구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BUSM 연구팀은 22일(현지 시각)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변이형인 APOE4 유전자를 가진 혈뇌 장벽의 혈관에 아밀로이드 단백질(녹색)이 침적해 있다.

거의 모든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아밀로이드가 쌓여 혈뇌 장벽(BBB) 기능을 훼손하는 '뇌 아밀로이드 맥관병증'이 생긴다.

이번 연구에선 요즘 생물학에서 주목받는 '상 분리'(phase separation) 현상이 실험의 틀로 활용됐다.

상(相) 분리는 두 성분 이상의 지질로 구성된 막(膜)에서 온도 등 외부 조건을 바꾸면 지질 분포의 기울기에 따라 영역이 나뉘는 걸 말한다.

예컨대 산성 지질과 중성 지질로 구성된 막에 칼슘 이온을 첨가하면 칼슘 이온과 결합한 산성 지질 영역이 나타난다.

연구팀은 T1A1 단백질을 함유한 미세 방울(droplet)이 독성 타우 올리고머 생성의 토대가 된다는 걸 발견했다.

T1A1은 알츠하이머병이나 루게릭병(ALS·근 위축성 측색경화증)과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RNA 결합 단백질이다.

타우 올리고머는 T1A1 방울 안에서 별개의 방울을 형성했고, T1A1 외의 다른 RNA 결합 단백질은 타우 방울이나 타우 올리고머 형성을 자극하지 못했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BUSM의 벤저민 월로진 약물학 교수는 "타우 단백질을 T1A1과 섞으면 뉴런에 치명적인 타우 올리고머가 생긴다"라면서 "이 결과는 타우 단백질이 독성을 띠게 되는 근본적인 이유를 설명한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타우, T1A1 등 특정 단백질이 든 용액에 자체 합성한 순수 단백질들을 섞어서 작은 단백질 방울이 생기는 과정을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특이하게도 타우는 유독 T1A1 단백질 안에서 방울을 형성했고, 이런 타우 방울엔 다량의 독성 타우 올리고머가 들어 있었다.

타우와 T1A1은 실제로 알츠하이머 같은 질병에서도 함께 관찰된다고 연구팀은 말한다.

또한 T1A1은 알츠하이머병과 유전적 연관성을 보이는, 몇 안 되는 RNA 결합 단백질 중 하나다.

월로진 교수와 동료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가 타우 올리고머 억제 화합물을 발굴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거로 믿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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