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방재욱

어제는 역사(History), 내일은 미스터리(Mystery), 그리고 오늘은 선물(Present)이라는 말이 있다. ‘History’는 삶의 여정에서 겪어온 일들을 엮어 일컫는 말이고, ‘Mystery’는 풀리지 않고 있는 수수께끼나 불가사의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Present’라는 말에는 선물 외에 ‘지금(현재)’이라는 의미도 담겨져 있다.

1년 넘게 지속돼오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맞이한 신축년(辛丑年) 설 명절에 핵가족 ‘집콕’으로 지내며 ‘오늘’과 ‘지금’이라는 삶의 여정이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 삶을 살아가며 누구에게나 매일 한치의 어김도 없이 열리는 ‘오늘’이라는 말에는 힘이 솟는 생동감과 함께 시원한 샘물 같은 신선한 느낌도 담겨져 있다. 매일 선물로 주어지는 ‘오늘’은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마음으로 ‘내일’을 열어가는 날이고, 자신과 이웃을 사랑하고 배려하며 지내야 하는 시간은 바로 ‘지금’이다. 이미 지나가버린 ​‘어제’와 예측이 어려운 미스터리 ‘내일’은 잠시 접어두고 현재진행형으로 나아가고 있는 ‘오늘’과 ‘지금’이라는 시간에 진정한 삶의 의미를 담아 보고픈 마음이었다.

셰익스피어는 ‘시간은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늦게 흘러가고, 두려워하는 사람에게는 빠르게 흐른다. 슬픔에 잠긴 사람에게는 길고, 축하하는 사람에게는 짧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영원하다’라고 했다. 시간의 길이에 대한 느낌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누구나 매일 맞이하는 ‘오늘’이라는 24시간은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길게 느껴질 수도 있고 짧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하루하루 지나 보내는 시간은 활용하기에 따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하기에 충분할 수 있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더 길게 다가올 수 있다.

오늘이 고달프고 힘든 일들이 발목을 잡을 것 같은 날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결코 주눅이 들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하루라는 시간의 낭비가 인생을 짧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막연하게 떠올려지는 어려운 일들의 사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문제 해결에 대한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오늘이 나를 외면하며 빠르게 멀리멀리 달아나는 느낌이 들어도 진정한 마음으로 ‘오늘’과 ‘지금’을 사랑해야만 하는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새로 열리는 오늘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맞이하느냐에 따라 즐겁고 행복하게 다가올 수도 있고, 힘들고 외로운 날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래서 오늘이 어제와 같고 내일도 오늘과 같을 거라는 막연한 마음으로 새아침을 맞이하는 사람에 비해 새로 열리는 오늘의 일들에 기대와 열망을 담고 열어가려는 사람에게 오늘이라는 하루는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늘 새롭게 다가오는 ‘오늘’이란 시간과 ‘지금’이란 순간은 자신이 선택할 수 없지만, 매일 새로 맞이하는 일들은 자신의 ‘선택’과 ‘변화’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천운(天運)과 지운(地運)에 곁들여 인운(人運)이란 말이 있다. 천운은 우리를 낳아준 부모나 남녀 성별처럼 자신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하늘(天)이 정해준 운을 지칭하는 말이며, 지운은 특정 운동에서의 스타, 요즘 유행하는 트롯 가수 등에서 볼 수 있는 타고난 재능을 땅(地)에 연계해 나타내는 말이다. 인운은 매일 새로운 오늘로 열리는 삶의 길목에서 어떤 사람을 만났으며, 그 사람이 자신의 인생에 도움이 됐는지 안 됐는지를 사람(人)에 연계해 이르는 말이다. 천운과 지운을 아무리 잘 타고 태어났어도 세상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사람 복을 말하는 인운이 어그러지면 오늘의 삶이 힘들어질 수 있다.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흐르는 세월의 순리에 따라 어제는 이미 지나가버려 돌이킬 수 없는 날이며, 내일이 되면 오늘이 어제가 되고 오늘의 내일이 다시 새로운 오늘로 다가온다. 지나간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나는 단지 ‘오늘’을 산다는 마음으로 ‘지금’이 바로 행복한 때라고 생각하며, 늘 감사하는 마음가짐으로 매사에 최선 다하며 지내는 삶의 태도와 습관을 길들이고픈 생각에 잠겨본다. 그리고 나이 들어갈수록 더 빠르게 흐르는 것으로 느껴지는 삶의 길목에서 매일 새로운 ‘선택’과 ‘변화’의 기회와 함께 열리는 ‘오늘’과 ‘지금’이라는 시간을 활기 넘치던 젊은 시절 못지않게 ‘뜨거운 인생’으로 지내려는 마음도 가다듬어본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여정에서 많은 일들을 ‘운명’ 탓으로 여기며 수동적으로 지내온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어제’ 같은 ‘오늘’이 없고, ‘오늘’ 같은 ‘내일’도 없는 ‘2박 3일 여행’ 삶의 여정은 지금 이 순간에도 쉬지 않고 흘러가고 있다. 새로 열려 쉼 없이 흐르고 있는 신축년 새해에 맞이하는 삶의 길목에서 매일 새로 다가오고 있는 ‘오늘’과 ‘지금’이라는 시간을 행복한 마음으로 맞이하고픈 마음이다. 그리고 인생 마감으로 다가가는 남은 삶의 여정에 ‘꿈’과 ‘희망’을 가득 담으며 낙관적으로 그리고 능동적으로 지내고자 하는 마음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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