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코로나19 사망자가 50만명을 넘었다.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 베트남전에서 사망한 미국인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다. 전 세계 사망자 250만명 중 20%를 차지하지만 발병 초기에 많은 사례를 간과했기에 실제 사망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12월 중순부터 코로나19 백신이 출시됐지만 워싱턴대는 오는 5월까지 미국인 약 9만명이 코로나19로 더 사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정부는 국가적 추모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촛불 추모식을 열고 앞으로 닷새 동안 연방정부 청사에 성조기를 걸어놓으라고 지시했다.

미국의 사망자수는 부유하고 교육수준도 높은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믿기 어려운 결과다.

어쩌다 이지경이 됐을까. 원인을 돌아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이 적지 않다. 처음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발원해 아시아에서 유행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아시아의 감기”라며 마스크도 쓸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아시아인이 폭행을 당하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보건당국에서 방역을 이유로 사업장 문을 닫으라고 권고할 때도 예배 중단을 촉구할 때도 대통령이 앞장서 그럴 필요가 없다며 국민을 선동했고 지지층은 열광했다.

그러는 사이 “코로나19는 실체가 없다”거나 “제약회사나 특정인이 백신을 판매할 목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유튜브 영상이 미국 전역을 돌았다. 빌게이츠가 백신을 팔아먹을 목적으로 중국 우한연구소를 지원하고 전 세계에 퍼뜨렸다는 가짜뉴스까지 돌았다. 황당한 이 가짜뉴스가 미국에서는 꽤 먹혀서 빌게이츠가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원수의 무지와 오만, 여기에 편승한 가짜뉴스로 인해 이미 코로나가 퍼질 때로 퍼진 다음에야 코로나19 방역에 나선 미국의 결과는 참담 그 자체다. 미국을 비롯한 여타 유럽국가도 비슷한 행보를 보인 것은 역시 지도자가 오만하게 생각하고 대처했기 때문이다.

지도자는 국민의 생명보호에 있어서만큼은 안보만큼 투박하게 접근해야 한다. 신이 내린 재난을 재앙이라 한다. 역병은 재앙이다. 역병은 나라도 국민도 인종도 계급도 종교도 차별하지 않는다. 그래서 역병과 마주한 인류는 낮은 자세로 역병과 대처해야 한다는 것은 지난 1년 코로나19가 인류에게 남긴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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