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규 대중문화평론가

이번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연예인 ‘학폭’을 주장하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곧 터지겠지. 곧 터질 거야. 내가 다 터트릴 거야.” 배구선수 이다영의 이 같은 발언이 현실이 됐다. 최근 여자배구 흥국생명의 이재영, 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쏘아 올린 화살에 스포츠계는 물론, 연예계 학폭 논란이 ‘다이너마이트’ 같이 연쇄적으로 터지고 있다. 오히려 피해자인 마냥 팀 멤버를 폭로하려던 이다영의 시도는 학폭을 당한 피해자들의 폭로라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으며 참을 만큼 참고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피해자들에게 도화선이 됐다.

이젠 연예계까지 최대 이슈가 된 ‘학폭’은 지금껏 멋진 이미지 메이킹으로 팬들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있는 일부 연예인들에게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자신의 학폭 피해가 사실이라면, 언제든지 SNS를 통해 폭로하고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미투’라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인권운동에 동참하는 피해자들이 늘고 있다.

어떤 가해자는 스스로 학폭 의혹을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자세를 보이는가 하면, 어떤 가해자는 끝까지 발뺌하며 과거의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최근 삼성화재 박상하는 학폭 의혹을 인정하며 이에 책임을 지고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스포츠계에서 연예계로 번진 학폭 이슈는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만이 모방 본능을 갖고 있으며, 모든 인간은 본성적으로 알려고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의 폭로가 한꺼번에 몰리고 이어지는 것도 모방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날 때부터 모방된 것에 대해 쾌감을 느끼고 모방을 통해 재현하려는 자연적인 본성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피해 사례 폭로도 모방이다. 지금껏 묵혀왔던 피해의 감정과 고통을 남이 하니까 하나둘씩 밖으로 꺼내어 용기 내 과거의 상처를 알리는 것이다. 이젠 더이상 피해자들은 참지 않는다.

하나둘씩 피해자들의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사회도 그 목소리를 들으려 하고 있다. 현재도 별다른 제약 없이 버젓이 활동하고 있는 연예인이든, 스포츠 스타 등 학폭 가해자들이 있다면,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피해자들에게 먼저 사과해야 한다.

다만, 사회에서는 학폭에 대한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학교폭력’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 공갈, 강요, 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정보 등에 의해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정의돼 있지만 합리적 처벌이 가능하려면 학폭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게 재평가돼야 한다.

학폭 이슈로 인해 이젠 공개적으로 연예인을 하고 체육인으로 활동하기 위해선 인성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기획사들도 카메라에 잘 비치고 상품성이 있다고 해서 무턱대고 신인으로 등용시키기보다 과거 학창시절에 인성이 어땠는지, 어떤 인물이었는지 등 인성과 환경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발탁하는 시스템도 갖춰져야 한다.

학폭은 범죄 행위로 봐야 한다. 어린 시절 겪었던 피해자들의 상처는 평생을 간다. 가해자가 단순히 사과한다고 해서 그 상처와 트라우마가 잊히는 것이 아니다. 몇 년 사이 연예인이나 스포츠인으로부터 학폭 피해를 당한 피해자의 용기 있는 폭로가 우리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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