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중국이 주요국 국방수장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서 북한이 추가적인 모험을 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공식적으로 함으로써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싱가포르에서 개최 중인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량광례(梁光烈) 중국 국방부장은 5일 연설을 통해 "우리는 북한이 어떠한 모험도 하지 말도록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가 북한에 대해 하는 일은 외부 세계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량 부장은 "한반도 긴장 국면은 완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비공식적인 접촉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량 부장의 이날 북한 관련 발언은 내용이나 형식 면에서 모두 내포한 뜻이 작지 않다는 것이 베이징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우선 김관진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일본 방위상 등 6자회담 참가국의 국방수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북한에 껄끄럽게 들릴 수 있는 말을 공개적으로 꺼내 든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실 북한이 추가적인 모험의 길에 접어들지 않게 하려고 설득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은 중국이 한국과 미국, 일본 등과 양자 접촉을 통해 여러 차례 반복해온 논리라는 것이 외교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한 소식통은 "중국이 북한을 의식해 그동안 공개적으로는 잘 하지 않던 말을 공개적인 장에서 꺼낸 것은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직후 북한이 남북한 사이의 비밀접촉 과정을 공개하고 남측과의 대화 단절을 선언해 한반도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속에서 량 부장의 발언이 나온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이 대북 심리전과 '김일성ㆍ김정일 사격 표적지' 등을 이유로 보복을 공언하는 북한에는 추가적 모험을 삼갈 것을 우회적으로 주문하는 한편 남한에는 북한의 공세에 휘말리지 말고 냉정을 유지하면서 상황을 관리해달라는 신호를 보냈다는 해석이다.

다른 소식통은 "량 부장의 발언을 통해 중국의 답답한 속내를 읽어볼 수 있다"며 "중국이 이번 량 부장의 발언을 통해 북한과 남한에 동시에 각각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남북대화 중단을 선언한 직후인 지난 2일 중국 외교부의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남북한이 화해와 협조로 관계를 개선하고 대화로 관심사를 타당하게 해결해 한반도 평화의 큰 틀을 지켜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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