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곤=AP/뉴시스]22일 미얀마 양곤 시내의 한 교차로에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대가 모여들고 있다.
[양곤=AP/뉴시스]22일 미얀마 양곤 시내의 한 교차로에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대가 모여들고 있다.

작년 21개국서 93건 발생

“정상화되면 무감각… 위험”

‘쿠데타’ 미얀마선 밤마다 차단

캄보디아, 中 ‘만리 방화벽’ 세워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얀마에서는 군부의 쿠데타 이후 반대 시위를 막기 위해 저녁 시간 인터넷이 차단됐다. 우간다의 주민들은 최근 선거가 끝난 후 몇 주 동안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른 소셜미디어를 사용할 수 없었다. 에티오피아의 북부 티그레이 지역에서는 분쟁으로 인터넷을 몇 달 째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인도에서도 최근까지 농민 시위 등 소요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인터넷 접속을 차단시켰다.

전 세계적으로 민간인의 인터넷 차단은 억압적이고 권위적인 정권들의 대중적 전술이 됐다. 디지털 인권 단체들은 정부가 반대 의견을 억누르거나, 인권 유린을 은폐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권력 얻기 위해 선거 전후 빈번

최근 AP통신에 따르면 일부 정권은 시위나 시민 불안에 대응해 종종 온라인 접속을 끊는데, 특히 선거를 전후해 정보의 흐름을 제한하면서 권력을 장악하려고 시도한다고 연구자들은 분석했다. 온라인이 활성화되기 전 지역 TV와 라디오 방송국의 통제권을 장악했던 과거와 같은 방식이다.

인터넷 감시 단체 넷블록스의 설립자인 알프 토커는 AP통신에 “인터넷 차단은 지난 몇 년 동안 크게 과소 또는 잘못 보고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의 디지털 개인 정보 보호 및 보안 연구 단체인 Top10VPN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1개국에서 93건의 주요 인터넷 셧다운이 발생했다. 이 목록에는 중국과 북한 같이 정부가 인터넷을 엄격하게 통제하거나 제한하는 곳은 포함되지 않았다.

온라인 차단의 종류는 접속 자체가 안 되는 ‘정전’ 수준부터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차단하거나 인터넷 속도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등 다양하다고 이 보고서는 전했다.

토커는 “위험한 부분은 이런 인터넷 정전이 다시 정상화 되는 순간”이라며 “이런 온라인 차단에 대해 대중과 국제사회가 무감각해질 수 있는 일종의 파블로프식 대응을 하게 된다. 디지털 시대 자유에 가장 큰 위험”이라고 설명했다.

◆‘민주’ 인도까지… 캄보디아도 방화벽

4주째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미얀마에서는 최근 온라인 차단은 일상이 됐다. 미얀마의 주요 무선 통신사 중 하나인 노르웨이 텔레노르 ASA는 미얀마 당국이 통신사들에게 네트워크를 일시 정지하라고 명령하면서 ‘가짜 뉴스의 유통 차단, 국가의 안정’ 등을 원인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얀마 당국은 2019년 6월부터 다음해 2월 3일까지 무장 소수 민족의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라카인과 친 주의 인터넷을 차단한 바 있다.

에티오피아 티그레이 지역에서는 또 다른 장기간 인터넷 차단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티그레이는 작년 11월 초 전투가 시작된 이후 인터넷이 차단됐으며 언제 재개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민간인이 살해됐는지, 어느 정도까지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지, 사람들이 기아로 사망하기 시작했는지 등을 파악하기가 어려워졌다.

우간다에서는 지난 1월 14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제한이 발효됐고 투표 전날에는 인터넷이 전면 중단됐다. 당국은 야당 지지자들이 잠재적으로 위험할 수 있는 시위를 조직할 수 있어 이를 막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벨라루스에서는 작년 8월 9일 대선 이후 61시간 동안 인터넷이 끊겼다. 유럽 최초의 인터넷 정전 사태였다. 당시 26년간 철권통치를 이어가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가 또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이 되자 부정행위 의혹과 함께 시민들로 엄청난 항의가 촉발됐고 주말마다 반대 시위가 열렸는데, 이 시기에 인터넷이 반복적으로 차단됐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 정부가 정치적 반대를 겨냥해 인터넷 차단을 이용하는 사례도 점점 빈번해지고 있다. 인도는 민주주의 국가지만 2019년에는 인터넷 셧다운 부문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중국과 북한과 같은 인터넷 제한과 통제에 합류하는 나라도 있다.

지난 18일 캄보디아 정부는 강력한 인터넷 검열 시스템인 ‘국가 인터넷 관문(NIG)’을 구축하는 내용의 법령을 공포했다. 인터넷을 모니터링하면서 국가 안보, 사회 질서, 전통, 관습, 도덕 등을 해칠 우려가 있는 네트워크를 차단한다는 내용인데, 중국의 ‘만리 방화벽’과 유사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에서는 구글과 트위터, 페이스북은 물론 한국의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사이트까지 차단돼 접속할 수 없다. 해외에서는 이를 중국의 만리장성(The Great Wall)에 빗대 만리 방화벽이라고 부른다.

훈센 총리가 37년째 권좌를 지키는 캄보디아 정부는 권력을 지키기 위해 야당과 반대파들에 대한 형사고소와 징역형을 남발하면서 국제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휴먼라이트워치 필 로버트슨 아시아담당 차장은 이날 “정부에 비판적 언론을 모두 폐쇄시킨 후 훈센 정부가 올해 예정된 선거에 맞춰 온라인 비판자들에게 관심을 돌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외국 정부, 기술 기업, 전자상거래 기업, 활동가들은 정부에 이 해로운 법령의 채택 번복을 긴급히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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