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의원 원장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실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부모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자녀에게 한 가지라도 더 가르치려고 노력하면서 많은 돈과 노력을 교육에 쏟아 붓는다. 그러나 부모의 역할이 과연 아이의 공부 가르치기에 머무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부모는 아이의 인성을 올바르게 만들어야 하는 책무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 외에도 충분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는 대화를 해야 한다. ‘자존감’이란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느낌을 말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매사에 긍정적으로 행동하고, 자신의 능력을 믿어서 열심히 노력하며,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다른 사람을 잘 배려한다. 반대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매사에 부정적으로 행동하고,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여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며, 자신을 비하하는 만큼 다른 사람을 의심하거나 무시한다. 아이의 자존감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바로 부모의 양육 태도와 행동이다. 아이의 말과 행동에 대해서 부모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아이의 자존감이 올라간다. 부모의 긍정적인 반응이란 아이에 대해서 “잘 하고 있다” “맞다” “괜찮다” 등의 말과 함께 아이를 인정하거나 아이에게 관심을 주는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지금부터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대화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첫째, ‘아이의 마음 읽기’다.
아이의 감정 상태 또는 의도를 알아채서 아이에게 말해주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지금 TV 만화를 보면서 재미있게 웃고 있다면 “영수가 지금 재미있어서 기분이 좋구나”라고 말해준다. 아이가 방금 전 친구와 다투고 난 후 씩씩거리고 있다면 “가희가 지금 기분이 좋지 않구나. 친구와 다투고 나서 화가 났지?”라고 말해준다.

이와 같은 대화법은 아이로 하여금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우리 엄마가 나의 기분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구나. 내가 기분이 좋은지 또는 나쁜지에 대해서 엄마는 잘 알고 싶어 한다. 엄마에게 나는 매우 소중한 사람이구나.’

둘째,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다. 아이의 말과 행동을 가급적 긍정적으로 해석해서 들려주는 것이다. 예컨대, 다소 비만 체형의 아이가 밥을 잘 먹는다면 “준석이가 밥을 잘 먹으니까 키가 크려고 하는 것 같아. 몸도 튼튼해질 거야. 그런데 체중이 너무 나가면 건강에 좋지 않으니까 음식을 조절하자”라고 말해주자.

그러나 “이제 그만 먹어. 그렇게 먹다가는 더 살이 쪄서 진짜 비만이 되고 성인병에 걸려”라는 부정적인 해석은 아이의 문제 행동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므로 자존감을 깎아 내리는 대화법이다. 또는 “너, 돼지야? 그렇게 먹어서 더 살찌면 아무도 너를 상대하지 않아”라는 말은 문제 행동보다 오히려 아이 자체의 인격을 비난하거나 무시하는 말로써 아이의 자존감을 저하시킬뿐더러 반항심, 분노, 적개심 등을 유발하는 나쁜 대화법이다. 셋째, ‘칭찬하기’다. 칭찬이 아이의 자존감을 올려준다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방을 청소했다면 “네 스스로 청소하다니 다 컸구나! 잘 했다”고 말해준다.

이와 같이 이유를 설명해주면서 칭찬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 착하다!”라는 식의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 칭찬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넷째, ‘자율성(또는 선택권)을 주기’다. 아이에게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부모가 나를 믿고 있다는 느낌을 아이는 자연스레 가질 수 있다. 만일 아이가 “엄마, 저 오늘 무슨 옷 입어요?”라고 물어본다면, “네가 마음에 드는 옷으로 골라서 입어 봐. 고르기 힘들면 엄마에게 보여준 후에 함께 결정하자”라고 대답해 준다.

엄마가 아이의 주관적인 선호도를 인정해 줌으로써 아이는 스스로 보다 더 독립적인 개체로서 인정받는 느낌을 가진다. 우리가 무심코 나누는 자녀와의 대화에 있어서도 올바르고 현명한 방법을 적용한다면, 아이는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자라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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