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중국전문 대기자
한 국가의 발전에 있어 중국식 발전모델이 4년 전부터 제3세계국가의 경제발전모델로 많이 거론되기도 한다. 서구자본주의국가의 발전방식 및 경험과 중국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 중국이 말하는 자고 이래의 문명
국가의 저력을 화학적으로 결합해 중국 현재의 실정에 맞는 새로운 ‘문명형 경제발전모델론’이다.

중국식 발전모델론은 자국실정에 맞는 방식을 강조하고 있다. 각국이 처한 현실은 상이할 수밖에 없어 모든 경제발전을 원하는 나라에게는 획일성을 강요하지 않는다. 나름대로의 틈이 있어 제 3세계 국가에게는 많은 환영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쯤 되면 한때 우리나라 독재시대의 한국식 민주주의가 떠오르기도 하겠지만, 중국식 발전모델은 매년 10% 이상의 경제발전과 일본을 추월한 경제규모 그리고 G2(주요 2개국)로 부상한 중국의 국제적 지위와 맞물려 점차 설득력을 조금씩 담보하고 있다.

일명 중국식 모델론은 요즘 중국내부에서도 보도되는 언론을 보면, 중국공산당 창당 90주년이 되는 오는 7월 1일을 한 달 남기고, 이것을 계기로 중국이 세계를 향해 주창하고 수출(?)해야 할 국정 이념으로 부상시키려고 하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음도 감지할 수 있다.

한때 아시아의 4대 용이었던 한국-싱가포르식 개발모델, 일본식 발전모델, 서구라파식 사회발전모델을 채택하지 않고 중국 나름대로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는 자신감을 중국식 모델을 통해 보이고 있다. 중국공산당의 자신감을 과시하는 것이다. 1921년 7월 1일 공산당 창당 이래 그 발자취를 중국식 발전모델로 집약 이념화 시켜 세계에 보급하고 중국 자체의 미래 발전과 성장 대전략의 기본으로 삼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중국식 발전 모델은 글로벌 스탠다드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달 6000㎞를 기차로 달려 중국을 찾은 김정일 중국방문 행보는 중국식 모델에서 나오는 세계유일의 외빈 접대형식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중국은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은 분명 내부적으로 북한의 소행일 걸로 알고 있으면서 외부적으로는 북한의 안보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북한 소행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중국식으로 북한을 철저히 옹호하고 있다.

근대 역사상 최초로 개발도상국가 중에 강대국이 된 나라가 중국이다. 강대국이 갖춰야만 하는 국제적 기준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고 있다. 국제적 불량국가로 낙인찍히고 유엔제재국가 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북한 지도부에 대한 변함없는 특별대우는 국제적 기준에서 봤을 때 어떻게 해석해야 한다는 말인가?

김정일은 1년 사이에 3번씩이나 중국을 방문했다. 북한의 속내는 국제적 고립에서 탈피하고자 함일 것이다. 핵무기 개발로 자초한 고립은 영웅주의자들과 결탁한 김정일의 대남 무력도발로 이어졌다. 당연히 남북관계는 더욱 경색되었다. 김정일 본인의 병과 자연적 수명의 한계와 더불어 김정은으로의 후계구도 안착에 중국의 경제적 정치적 지원과 지지가 절실했다. 중국은 만만하지 않았다. 북한과 전통적 우호관계를 존중한다는 립(lip)서비스를 충분히 했다.

하지만 중국식 모델의 또 다른 형태의 구현이 김정일 방문에서 중국식 속내를 보여주었다. 북중 경제협력은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지킨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출로가 없어 비경제적이었던 중국 동북3성의 무역 물동량을 운송할 부동항인 나진항을 확실하게 활용하는 길을 중국식으로 찾았다.

반면에 북한의 일방적인 우호 지원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정치적으로는 세계를 향해 ‘북한과 그래도 대화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어’하고 보여주었다. 정치적으로 통상적인 국제적 기준을 뛰어넘어 김정일을 크게 환대하면서도 경제적이면서 실질적인 문제는 국제적 기준을 들이대고 깐깐하게 챙겼다.

결론적으로 중국식사회주의 건설의 또 다른 형태로 구현되고 있는 중국식 모델은 김정일에게 유용하다. 상호 필요로 이뤄진 이번 김정일 방중은 중국식 모델을 인식하고 북한이 기능적인 측면에서 서서히 개방하고 행동하는 길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의 개방은 시간 문제다. 때문에 북한의 안정적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심정적으로는 중국의 행보가 유쾌하지 안치만 한반도의 미래와 안녕을 위해 불가피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장기적으로 봐서 북한은 중국식모델에 그들이 말하는 주체식을 가미해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대결구도를 통해 안보적 코스트를 높이는 것을 지양하고, 북한정권에게 중국식모델을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줘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