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20년도 제1회 초·중·고졸 학력인정 검정고시가 실시된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선린중학교 고사장에서 응시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검정고시는 지난달 11일에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두 차례 연기된 끝에 실시됐다.응시자는 초졸 434명, 중졸 1159명, 고졸 4495명 등 모두 6088명이다. 장애인 46명과 재소자 19명도 시험을 본다. ⓒ천지일보 2020.5.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20년도 제1회 초·중·고졸 학력인정 검정고시가 실시된 지난해 5월 23일 서울 용산구 선린중학교 고사장에서 응시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5.23

거동 불편해도 2년 꼬박출석

올해 졸업생 중 최고령 92세

코로나로 졸업식 진행않기로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1. 1938년생, 올해로 84세의 고령자인 유영화씨는 간암과 치매 초기 단계로 거동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음에도 배움의 열정이 남달랐다. 그는 자녀들에게 업혀가며 등하교를 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꼬박 2년 동안 법정 출석 일수 중 결석 한번 없이 개근을 했다. 학교형태평생교육시설 서현학교를 다닌 그는 모든 수업 과정을 성공적으로 끝마쳐 중학 학력인정서를 받게 됐고 어린 시절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는 기쁨을 맛보게 됐다.

#2. 올해 81세인 이병향씨는 ㈔푸른사람들부설푸른어머니학교를 다녔다. 그는 고령의 학습자임에도 반장을 맡아,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반을 이끌어나갔다. 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학습을 독려했고, 교사에게도 항상 안부 전화를 하며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올해 초등 학력인정서를 받은 그는 교육청 생활문해 영상 등 많은 영상 촬영에 출연하며 자신과 같은 문해 학습자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교육 자료를 제작하는 데도 도움을 줬다.

22일부터 60~80대 장·노년층 666명이 초등·중학 학력인정서를 받게 된 가운데 이들의 사연이 시민들에게 알려지면서 ‘도전·용기’ 의식을 북돋고 있다.

2011년 전국 시·도교육청 중 최초로 ‘초·중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한 서울시교육청은 이날부터 2020학년도 초등·중학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 이수자 666명에게 학력인정서를 배부한다.

올해 55개 기관에서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초등 444명, 중학 222명 등 총 666명이 학력인정서를 받게 됐다. 프로그램 이수자들의 연령대 비율은 60대 39%, 70~80대 56% 등으로, 전체의 95%가 60~80대의 장·노년층이었다.

‘초·중 학력인정 문해교육’은 저학력·비문해 성인들에게 글자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뿐 아니라 생활문해 능력을 갖추게 하고 학력취득의 기회를 제공해 제2의 교육기회를 갖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1931년생으로 92세인 김덕실 학습자는 올해 졸업생 중 최고령 만학도이다. 그는 90세가 넘는 고령에도 배움에 대한 열정을 갖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며 모범적인 학습 태도를 보여 학력인정서와 함께 우수 학습자에게 수여하는 교육감 표창장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게 됐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20년도 제1회 초·중·고졸 학력인정 검정고시가 실시된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선린중학교 고사장에서 응시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검정고시는 지난달 11일에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두 차례 연기된 끝에 실시됐다.응시자는 초졸 434명, 중졸 1159명, 고졸 4495명 등 모두 6088명이다. 장애인 46명과 재소자 19명도 시험을 본다. ⓒ천지일보 2020.5.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20년도 제1회 초·중·고졸 학력인정 검정고시가 실시된 지난해 5월 23일 서울 용산구 선린중학교 고사장에서 응시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5.23

노원여성교육센터에서 교육과정을 마치고 초등 학력인정서를 받게 된 소옥임(79, 여)씨는 “나이 들어 배운 글자로 나의 아픈 이야기를 쓰니 시가 돼 시화전에서 상을 받았다”며 “하필 그때 넘어져 무릎 수술하느라 상 받으러 못 간 게 못내 아쉬웠다. 점점 신경 써가며 공부하기가 힘들고 류머티즘 걸린 손가락이 아프지만 공부는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 내 2301명(지난해 12월 31일 기준)의 학습자들이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으며, 서울시교육청은 초등·중학 문해교육 프로그램 운영기관으로 올해 70개 기관(초등 55개, 중학 15개)을 설치·지정해, 100세 시대 성인학습자의 계속교육을 위한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어떤 학생 못지않은 배움의 열정으로 열매를 맺으신 학습자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드린다”며 “계속해 배우고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더 큰 배움의 기쁨을 누리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매년 학력인정서를 수여하는 명예로운 합동졸업식을 개최했으나,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합동졸업식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학력인정서와 우수학습자 표창장은 각 교육지원청과 평생학습관에 등기 배송되며, 문해교육기관 자체 계획에 따라 프로그램 이수자들에게 수여될 예정이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20년도 제1회 초·중·고졸 학력인정 검정고시가 실시된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선린중학교 고사장에서 응시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검정고시는 지난달 11일에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두 차례 연기된 끝에 실시됐다.응시자는 초졸 434명, 중졸 1159명, 고졸 4495명 등 모두 6088명이다. 장애인 46명과 재소자 19명도 시험을 본다. ⓒ천지일보 2020.5.2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020년도 제1회 초·중·고졸 학력인정 검정고시가 실시된 지난해 5월 23일 서울 용산구 선린중학교 고사장에서 응시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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