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수 민정수석. (출처: 뉴시스)
신현수 민정수석. (출처: 뉴시스)

文대통령에 거취 일임하고 “직무 최선”

‘패싱 논란’ 법무장관과 갈등 해소 미지수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 주도의 검찰 인사 과정에서 갈등을 겪고 사의를 표명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신의 거취를 일임하고 직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신 수석이 사의를 철회하며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보이지만, 후폭풍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2일 기자들과 만나 “신 수석께서 문 대통령에게 자신의 거취를 일임하고, 직무를 최선을 다해 수행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지난 18일부터 휴가계를 제출한 신 수석은 지난 주말까지 숙고의 시간을 가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거취를 일임했다는 것이니, (이번 사의 파동이) 확실하게 일단락됐다”면서 “대통령께서 결정할 시간이 남았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수석이 거취를 일임한 배경에 대해선 “휴가 기간 여러 분이 설득작업과 조언을 했고, (신 수석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신 수석은 설 연휴 직전인 지난 9일 사의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이 사의를 표명한 다음 날 사표를 반려했지만, 신 수석은 설 연휴 직후 재차 사표를 제출했다고 한다.

정치권에선 신 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배경에 최근 검찰 인사가 있다고 지목한다. 검찰 인사를 놓고 박 장관과 이견이 불거졌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법무부와 검찰이 원하는 인사 방향이 달라 민정수석이 중재하려고 했는데, 중재가 진행되던 중 인사 발표가 돼 버리면서 신 수석이 사의를 표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신 수석이 업무에 복귀하기 전까지는 사퇴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신 수석이 여권 관계자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주변 지인에게 “박 장관과 평생 만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 수석이 물러날 경우,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상당한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사의를 접은 것으로 풀이된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2.2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2.22

청와대는 이번 사태가 일단락됐다고 평가했지만, 여진이 그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무엇보다 신 수석과 박 장관과의 갈등이 완전히 해소됐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앞서 박 장관이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 대해 문 대통령의 정식 결재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 7일 오후 인사 발표를 강행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재가 없이 법무부 인사가 발표됐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무리한 추측 보도 자제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박 장관 역시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런 ‘패싱’ 논란을 두고 “구체적인 채널을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지만, 청와대든 대검이든 충분한 소통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모두 제거하는 수사·기소 분리를 추진하는 등 검찰개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신 수석과 박 장관과의 갈등이 다시 표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대통령이 민정수석을 다시 거두려면 당연히 법무부 장관을 해임해야 영(令)이 서지 않겠나. 법무장관의 ‘대통령 패싱’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이라며 “둘이 병존하는 어정쩡한 상황이 계속되는 한 청와대는 본격적인 레임덕 상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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