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말서 6개월 추가 연장
은행권, 연착륙 방안 건의
‘무조건적 이자유예’ 부정적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은행권이 원금 만기와 이자 납기를 미뤄준 대출 규모가 80조원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권은 지난해 2월 이후 금융당국의 코로나19 금융지원 방침에 따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원금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 상환도 미뤘다. 해당 시한은 오는 3월 말로 다가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시한을 6개월 더 미룰 것을 은행권에 요청했다. 은행권은 재연장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나 이미 80조원에 이르는 잠재 부실 대출을 오래 떠안기 어려운 만큼 “이번이 마지막 재연장이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이자조차 못 내는 한계 기업에 대해 이자를 원금에 합산하거나 5년 이상 장기에 걸쳐 분할 납부하는 등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금융당국에 밝혔다.
2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코로나19 관련 여신 지원 실적’ 자료에 따르면 이달 17일까지 만기가 연장된 대출(재약정 포함) 잔액은 모두 73조 2131억원(29만 7294건)으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의 경우 금융당국·은행연합회 보고 수치는 5조원대다. 다만 전산 시스템상 대출 담당 직원의 ‘면책’ 대상으로 등록된 건만 집계돼 다른 은행들과 비슷한 기준을 적용하면 15조원대라는 게 KB국민은행의 설명이다.
대출 원금을 나눠 갚고 있던 기업의 ‘분할 납부액’ 6조 4534억원(9963건)과 같은 기간 이자 455억원(4086건)를 유예한 상태다.
이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납기가 연장된 대출과 이자의 총액 규모는 79조 7120억원에 이른다. 특히 이자 유예액 455억원 뒤에는 1조9635억원의 대출 원금이 있다. 결국 5대 은행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안고 있는 잠재적 부실 대출이 약 82조원에 이르는 셈이다.
3월 말 대출 연장 및 유예 시한이 다가오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5대 금융지주 회장, 19일 정책금융기관장 등 금융권 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났다. 오는 22일에는 은행연합회장 등 금융협회장들과 회동한다.
각 회의 후 금융위는 “참석자들이 대출 만기 연장, 이자 상환 유예 조치의 6개월 연장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금융권에 재연장 관련 협조를 구했고 금융권도 동의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은행권은 대출 원금 만기 재연장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불가피성을 어느 정도 수긍하면서도 ‘무조건적 이자유예’에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원금 만기 연장으로 숨통을 틔워주면 은행 입장에서도 향후 대출 상환을 기대할 수 있으나 이자도 못 내는 기업은 부실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 실무진은 이자 유예 기업의 밀린 이자를 원금에 합산해 같이 갚도록 하거나 합쳐진 원리금 또는 밀린 이자만 따로 5∼10년 장기간 나눠 갚게 하는 등 출구전략이 필요하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은행들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적용하는 방법이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3월 말 이후 이자유예는 신규 신청 기업에만 적용하고, 지금까지 이자를 미뤄준 기업들의 경우 밀린 이자를 일단 한꺼번에 내야 다시 유예해주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코로나19 관련 재연장 취지에 맞지 않아 금융당국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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