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타라칸드=AP/뉴시스] 인도-티베트 국경 경찰이 8일 우타라칸드주에서 수색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타라칸드주에서는 7일 오전 11시께 난다데비산의 빙하가 쏟아지며 리시강가(Rishiganga)의 댐이 파손됐다. 이 때문에 물이 쏟아지고 엄청난 속도의 급류가 형성되며 일대가 홍수 피해를 겪었다. 2
[우타라칸드=AP/뉴시스] 인도-티베트 국경 경찰이 8일 우타라칸드주에서 수색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타라칸드주에서는 7일 오전 11시께 난다데비산의 빙하가 쏟아지며 리시강가(Rishiganga)의 댐이 파손됐다. 이 때문에 물이 쏟아지고 엄청난 속도의 급류가 형성되며 일대가 홍수 피해를 겪었다. 2

온난화가 한기 가둔 기류 방해

제3의 극에선 빙하호 폭발 우려

“기후변화 가속에 재난 직면”

[천지일보=이솜 기자] 재난은 어떤 경고도 없이 닥쳤다. 갑자기 안개가 대기를 가득 채우고,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푸쉬카르 싱(37)은 목숨을 다해 달렸다. 싱은 “나무들이 떨어지고, 강은 거대한 바위를 덮쳤다. 너무 두려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싱은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 히말라야 산악지대에 있는 팡 마을의 주민이다. 팡 마을은 지난 8일 빙하가 강 상류에 떨어지면서 홍수가 발생해 인근 다리와 수력발전소가 붕괴되는 등 대혼란이 벌어진 곳이다. 이 재난으로 58명이 숨졌고 약 150명의 실종자가 남아있다.

최근 ‘기후재난(Climate Disaster)’이라는 단어가 세계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말 그대로 기후변화가 만들어 낸 재난이란 뜻이다.

지난주부터는 미국 대륙의 4분의 3이 눈으로 덮이고 최저 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떨어져 일상에 위협이 되고 있는가 하면 인도에서는 갑작스러운 홍수가 발생하고, 중동에서는 더위와 한파가 동시에 나타나는 등 기상 이변이 속출하는 양상이다.

◆히말라야 빙하 홍수에 200명 몰살

전문가들은 이번 인도 히말라야 홍수에서 무엇이 빙하를 무너뜨렸는지, 떨어져 나온 빙하가 어떻게 쓰나미급 홍수로 이어졌는지 연구하고 있다.

연구원들은 기후와 관련된 가장 명백한 위협은 대부분 배제했지만 ‘마른하늘에서 날벼락’식으로 발생한 이번 홍수의 원인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간 학계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빙하호 폭발 홍수(GLOF)’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빙하가 열을 받아 녹을 때는 특정 부분만 녹는데, 이 때 웅덩이가 생기고 이 웅덩이가 커져 형성되는 게 ‘빙하호’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히말라야 산맥, 힌두쿠시 산맥, 티베트 고원과 그 봉우리들은 북극과 남극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빙하를 저장하고 있기 때문에 ‘제3의 극’으로 알려져 있다.

제3의 극에 있는 모든 얼음은 최근 수십년 동안 지구 평균 온난화 속도를 앞지른 이 지역의 온도에 영향을 받기 쉽다. 얼음이 녹고, 호수가 커지며 산사태와 홍수의 위험을 높였다.

특히 최근 연구에 따르면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지난 40년 동안 광범위한 빙하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컬럼비아대 조어그 셰퍼 빙하학자는 WP에 “이 지역은 기후변화로 인해 가장 위험한 지역 중 하나로, 가장 빠른 시일 내 (재난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폭설이 내려 눈이 낙타 위에 쌓였다. (출처: 트위터 Cali Dreaming NaphiSoc 캡처)
지난 18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폭설이 내려 눈이 낙타 위에 쌓였다. (출처: 트위터 Cali Dreaming NaphiSoc 캡처)

◆중동엔 폭설·더위가 동시에

최근 폭설과 혹한은 좀처럼 눈을 보기 어려운 중동까지 강타했다.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시속 62마일의 강풍을 동반한 폭풍과 폭설로 레바논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레바논 동부와 북부의 도로들이 눈 때문에 통제됐으며 해변가의 상점들은 폭풍으로 4m 파도가 덮치면서 물에 잠겼다.

지난달 이라크에서도 한파가 이어지면서 폭풍과 폭설이 내렸으며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눈 덮인 낙타가 보이는 등 전례가 없는 광경이 연출됐다.

시리아 스웨이다 지방의 산간에는 눈이 15㎝나 쌓였고 수도 다마스쿠스에도 눈이 내렸다고 관영통신이 전했다. 이스라엘에서도 폭설이 내려 경찰은 17일 밤 텔아비브와 예루살렘 사이의 주요 도로를 폐쇄했다.

요르단에서는 한파와 폭설 등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중단되고 휴교령이 내려졌다. 요르단 정부는 18일에는 폭설로 인해 공공과 민간 모두에 공식적인 휴일을 발표하기도 했다. 요르단 북부 아즐룬 산지에는 눈이 20㎝까지 쌓였다.

동시에 중동 지역에서는 기록적인 더위가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최근 이라크에서는 섭씨 36.7도까지 오르며 1963년 이후 2월의 최고 온도를 기록했다.

이런 중동 지역의 기상 혼란은 ‘극 소용돌이’가 원인으로 꼽힌다. 극 지방의 초저온 공기는 대류권 상층부부터 성층권까지 저기압 소용돌이가 형성되는데 이것이 지구 표면 위에서 빙빙 도는 팽이처럼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극 소용돌이다. 그런데 소용돌이를 감아 찬 공기를 내부에 가두면서 일종의 밧줄 역할을 하는 제트 기류와 극 소용돌이가 풀리면서 찬 공기가 남하해 한파가 닥쳤다는 설명이다. 기상학자들은 이번 극 소용돌이가 1950년대 후반 기록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크다고 말한다.

이런 현상은 더 자주 일어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북극이 빠르게 따뜻해지면서 제트 기류와 극 소용돌이가 약해지도록 방해한다는 설명이다. 극 소용돌이는 1월 세 차례에 나눠 쪼개졌으며, 유럽과 미국 대부분 지역에 찬 공기가 유출되는 결과를 낳았다.

[휴스턴=AP/뉴시스]18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휴스턴의 헤이든 공원에서 주민들이 수돗물을 받고 있다. 주 당국은 7백만 주민에게 수돗물은 반드시 끓여 먹을 것을 당부했다. 사상 유례없는 한파로 텍사스 지역 주민들은 전기와 물이 끊긴 채 영하의 날씨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휴스턴=AP/뉴시스]18일(현지시간) 미 텍사스주 휴스턴의 헤이든 공원에서 주민들이 수돗물을 받고 있다. 주 당국은 7백만 주민에게 수돗물은 반드시 끓여 먹을 것을 당부했다. 사상 유례없는 한파로 텍사스 지역 주민들은 전기와 물이 끊긴 채 영하의 날씨 속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극 소용돌이 원인… “극단 기상 대비”

이번 미국 텍사스 등 중남부에 닥친 역대급 혹한과 폭설도 제트 기류와 극 소용돌이가 약해져 생긴 기상이변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주부터 미국에서 시작된 한파는 텍사스, 오클라호마, 미시시피 등 여러 주에서 정전 사태를 촉발시켰다. 수십명이 한파로 숨졌으며 부상을 입었고 미국의 석유 생산의 3분의 1이 중단됐으며 오하이오, 텍사스 등의 식수 시스템이 끊겼다. 전국 도로망이 마비되고 20개주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차질이 생겼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기후변화가 더 심한 폭염과 물 부족, 전국의 전력 시스템에 위협을 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며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7일 “기후변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많은 전력망은 시스템이 설계됐던 역사적 조건을 훨씬 뛰어넘는 극단적인 기상 현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지아 공대의 인프라 전문가인 에밀리 그루베르트는 NYT에 “이것(기후변화 대비)은 중대한 도전”이라며 “우리는 기후변화가 악화되지 않도록 전력시스템을 개선해야 하지만 동시에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시스템이 이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음을 이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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