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코오롱생명과학 본사. (출처: 뉴시스) 2019.10.11.
서울 강서구 코오롱생명과학 본사. (출처: 뉴시스) 2019.10.11.

식약처 품목허가 취소에 코오롱 불복 행정소송… 그러나 패소

임원들 위계공무집행방해 재판서는 무죄… “고의성 없었다”

법원, 제출 자료 문제점 인정해 품목허가 취소 타당성 인정

반면 검증 책임은 식약처에 부여해 관련재판-다른판단 나와

[천지일보=홍수영·원민음 기자]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에 대한 허위 자료를 제출해 허가를 따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코오롱생명과학 소속 임원들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반면 코오롱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인보사 품목허가를 취소한 처분에 반발하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선 법원이 허가 취소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같은 날 열린 인보사 관련 재판에서 코오롱 측은 승리와 패배를 모두 경험했다. 이 같은 엇갈린 것처럼 보이는 결론이 나온 이유는 이렇다.

법원은 코오롱 측이 식약처에 제출한 인보사 관련 자료가 사실과 다르게 기재된 점은 인정했다. 또 허위로 인해 허가가 이뤄졌으므로 인보사의 품목 허가 취소는 적법했다고 봤다. 그러나 그 검증 책임은 식약처에 있기 때문에 코오롱 측 임원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행정법원 “중대한 하자 있어 품목허가 적법”

2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홍순욱 부장판사)는 19일 “인보사 주성분이 다르다는 사실이 확인된 중대한 하자가 있어 품목허가 취소 처분에 위법이 없었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생명과 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품목허가에 다른 사실을 기재한 것이 밝혀졌다면, 품목허가 처분의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인체에 직접 투여되는 인보사 주성분이 (코오롱이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동종연골유래세포가 아닌 태아신장유래세포라는 사실이 확인됐으므로 식약처가 품목허가를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최초의 퇴행성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제공: 코오롱생명과학)
세계최초의 퇴행성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제공: 코오롱생명과학)

◆형사합의부 “사실 부합 않는 내용 기재 인정”

코오롱 측 임원들에 대한 형사재판에서도 코오롱이 식약처에 제출한 자료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3부(권성수 임정엽 김선희 부장판사)는 같은 날 위계공무집행방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코오롱생명과학 의학팀장 조모 이사, 바이오연구소장 김모 상무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들의 시험 결과 미제출 등의 행위로 식약처 품목 허가 심사담당 공무원으로 하여금 그 심사 업무와 관련해 오인, 착각, 부지를 유발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코오롱 측이 식약처에 제출한 자료에 일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을 기재했다는 점은 인정한 것이다.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허가를 받기 위해 성분을 속인 혐의를 받고 있는 코오롱생명과학 조모 이사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2019년 11월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9.11.04.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허가를 받기 위해 성분을 속인 혐의를 받고 있는 코오롱생명과학 조모 이사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2019년 11월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2019.11.04.

◆그러나 “식약처 검증 부족이 더 문제”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품목허가를 결정할 식약처가 더 철저히 검증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봤다. 행정소송에서 코오롱 측이 패배하고도 형사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형사합의 재판부는 “행정관청이 출원에 의한 인허가처분을 할 때에는 그 출원사유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있음을 전제로 인허가할 것인지 여부를 심사·결정하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지난 2010년 10월 28일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행정관청이 그러한 사실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출원자가 제출한 허위의 출원사유나 허위의 소명자료를 가볍게 믿고 인가 또는 허가를 했다면 이는 행정관청의 불충분한 심사에 기인한 것이어서 출원자의 위계가 결과 발생의 주된 원인이라 할 수 없다”고 위계공무집행방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의 경우 품목허가 과정에서 개발 초기 과정의 시험 등에 관해 식약처의 재검증이 부족한 것이 아닌지 상당한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허가 당시와 다른 세포조 제조된 것이 확인된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의 허가 취소가 최종 결정되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허가 당시와 다른 세포조 제조된 것이 확인된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의 허가 취소가 최종 결정됐다. 서울 강서구 코오롱생명과학 본사의 모습. (출처: 뉴시스)

◆위계 고의성 여부 두 재판부 판단 비슷

이 같은 판단은 행정법원 재판부도 공유했다. 행정법원 재판부는 “식약처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품목허가 심사에 불리한 내용을 의도적으로 누락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코오롱 측이 위계로서 식약처를 속이는 행동을 했다는 건 인정하기 힘들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형사재판부는 조 이사와 김 상무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조 이사에겐 인보사 개발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해달라며 식약처 공무원에게 200만원을 뇌물로 준 혐의(뇌물공여)로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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