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민주당) ⓒ천지일보 2021.2.19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민주당) ⓒ천지일보 2021.2.19

野 “김승규 사과‧국정원 직원 실형 받아”

“사찰 의혹서 자유로운 정권 적어”

[천지일보=이대경 기자]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불법 사찰 의혹이 김대중‧노무현 정부까지 불똥이 튀고 있는 가운데 여야의 신경전도 거세지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한 증거를 내놓으라며 야권의 공세를 차단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DJ 정권 당시 국정원장이 스스로 불법 감청을 했다고 밝혔고 노무현 정부에는 국정원 직원이 실형을 받았다며 반박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이 김대중·노무현 때는 없었겠냐며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어설픈 물타기 의혹 말고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에도 불법 사찰했다는 근거가 있다면 공개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만일 이명박 정부 이전에도 국정원의 불법사찰이 있었다면 국정원이 똑같이 정보 공개할 것을 요청한다”며 “정부기관의 불법사찰은 선거도 여야의 문제도 아닌, 민주와 독재의 경계에서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낙연 대표는 “국정원 불법사찰 의혹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라며 “당시 야당 소속 지자체장에 대해 사찰을 벌이고 종북 이념 오염 등의 색깔론 딱지를 붙였다. 미행·도청·해킹이 동원됐다는 보도도 있다”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약속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원내대표가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라고 한 것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1.2.19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공: 국민의힘) ⓒ천지일보 2021.2.19

국민의힘은 즉각 김대중 정부 당시 김승규 국정원장의 대국민 사과와 노무현 정부 시절 국정원 직원이 실형을 선고 받은 것을 예로 들며 반박에 나섰다.

황규환 부대변인은 박지원 국정원장이 DJ·노무현 정부 시절에 불법사찰이 없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 “2005년 8월 5일. 당시 김승규 국정원장은 ‘국민에게 용서를 구한다’며 국민의 정부 시절, 디지털 휴대전화 감청장비 두 종류를 자체 개발해 1998년 5월~2002년 3월 불법 감청했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보도자료까지 배포했고, 참여정부시절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기자간담회에서 ‘충격적’이라고 했다”라며 “이제는 사찰도 자신들이 하면 기억에서 잊혀지는 내로남불인가”라고 힐난했다.

또한 “그런데도 박 원장과 민주당은 DJ 정부의 그릇된 행태는 쏙 빼놓은 채, 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정부만을 콕 찝어 정치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국민들은 더 이상 구태의연한 정치공작에 현혹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희석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김대중 정부에서는 국정원장이 불법 감청을 실토하고 대통령이 사과했었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당시 야권 대선주자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불법 사찰한 국정원 직원이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며 “국정원장은 김대중 정부 비서실장을 지낸 바 있고,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민정수석을 두 번이나 역임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여당은 그런 주장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 의원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어느 정권도 불법 사찰 등의 의혹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 당이 관련 사안에 전수조사를 진행하자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년 원내대표가 증거를 먼저 제출하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관련 의혹으로 당시 국정원장이 사과를 하고 직원이 실형을 구형받은 것이 명백한 증거”라며 “민주당이 자충수가 될 수 있는 발언을 왜 계속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