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자사고 재지정에서 취소 위기에 놓인 8곳 학교에 대한 청문회가 시작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자사고 학부모연합회 회원들이 재지정 탈락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22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자사고 재지정에서 취소 위기에 놓인 8곳 학교에 대한 청문회가 시작된 지난 2019년 7월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자사고 학부모연합회 회원들이 재지정 탈락 취소를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19.7.22

法판결에 교육계 엇갈린 반응

유은혜 “‘절차’에 대한 문제로

‘정책’에 대한 위법 판단 아냐”

교총-서교협, 입장 차이 ‘명확’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세화·배재고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한 것을 두고 ‘위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온 것과 관련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교육계에선 정부가 무리하게 ‘자사고의 일반고 일괄 전환 계획’을 추진하면서 위법성을 드러냈다는 지적과 시대적 요구를 외면한 판결이라는 법원 판단에 대한 지적이 서로 대립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법원이 내린 결론이 ‘자사고 일괄 일반고 전환 계획’에 대한 위법 판단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교육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교육부·소속 산하 기관 및 공공·유관기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제공: 국회) ⓒ천지일보 2020.10.26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제공: 국회) ⓒ천지일보

유 부총리는 19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충분한 여론수렴이나 설명회 토론 등이 감안돼야 하는데 너무 가볍게 처리됐다는 지적이 많다”는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의 질의에 대해 “2025년 자사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고교체제 개편 정책에 대한 위법 판단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전날 재판부의 판결은 자사고 재지정 취소 처분 절차에 대한 문제를 판결한 것으로 ‘2025년도 자사고 일반고 일괄 전환 정책’에 대한 위법 판단은 아니었다는 게 유 부총리의 설명이다.

◆法 “서울시교육청 취소 처분 ‘위법’”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이상훈 부장판사)는 전날 세화·배재고 학교법인이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 취소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세화·배재고는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2019년 평가계획에서 서울시교육청이 평가지표와 기준에 중대한 변경을 가했다”며 “평가대상 기간이 이미 도과한 후 변경 기준을 학교 운영성과에 소급 적용한 후에 배재·세화고의 자사고 지정 목적 달성은 불가능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의 서울시교육청, 인천시교육청, 경기도교육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제공: 국회) ⓒ천지일보 2020.10.15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제공: 국회) ⓒ천지일보

지난 2019년 7월 서울시교육청은 경희·배재·세화·숭문·신일·중앙·이대부고·한대부고 등 8개 서울 자사고에 대한 운영성과 평가결과 점수 미달을 이유로 해당 학교들에 대한 자사고 지정 취소를 결정한 바 있다. 해당 결정에 대해 교육부는 승인 결정을 내렸고 이에 반발한 자사고 측이 소송을 걸면서 법적 문제로까지 번졌다.

하지만 이번 법원의 판결 이후에도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법원 판결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며 “교육청은 2019년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변론 과정에서 처분 기준 사전 공표, 평가지표의 예측 가능성, 기준점수 조정,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등 쟁점 사항에 대해 객관적인 증거자료를 바탕으로 충분히 소명했다”며 “교육청은 법원 판결문이 송달되는 대로 면밀히 검토한 후 항소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2019년 자사고 운영성과 평가는 관련 법령에 따른 공적 절차로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진행됐는데도, 평가 결과인 지정취소 처분을 뒤집은 법원 판결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교총 “교육청, 위법평가에 책임져야”

그러나 국내 양대 교직원 단체 중 하나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지난해 부산 해운대고에 이어 또 다시 자사고 재지정 평가의 위법·불공정성이 입증됐다”면서 “서울시교육청은 항소에 나설 것이 아니라 위법, 불공정한 평가와 처분에 대해 책임부터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하윤수(왼쪽)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천지일보DB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하윤수(왼쪽)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천지일보DB

또한 교총은 “평가 요소와 재지정 기준점을 갑자기 바꿔 과거 5년간의 운영을 평가하는 것은 누가 봐도 불공정하고 폐지 수순만 밟겠다는 것”이라며 “지리한 법정 공방을 이어가며 학교와 학생, 학부모에게 혼란과 피해만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총은 자사고 논란에 대해 학교의 종류와 운영 등을 시행령 수준에 명시해 정권과 교육감이 좌우할 수 있다는 데 근본 원인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자사고 등 학교의 종류와 운영을 법률에 직접 명시해 제도의 안정성, 일관성, 예측가능성을 기하는 교육법정주의를 확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자사고 등 고교체제를 정권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만 고쳐 2025년부터 일괄 폐지하는 것은 헌법이 명시한 교육법정주의를 심각히 훼손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고교체제라는 국가 교육의 큰 틀은 국가적 검토와 국민적 합의를 거쳐 결정할 일”이라며 “정부는 자사고 등을 시행령으로 폐지하는 정책을 즉각 철회하고, 고교체제를 법률에 명시하는 개정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교협 “공교육 정상화 외면한 판결”

교육계 일각에선 교총과는 또 다른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내 교육단체들로 구성된 서울교육단체협의회(서교협)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통해 “시대적 요구인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외면하고 공교육 정상화를 외면한 법원 판결”이라고 규탄했다.

서울교육단체협의회가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화·배재고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한 것을 두고 ‘위법’이라고 판단한 법원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제공: 서울교육단체협의회) ⓒ천지일보 2021.2.19
서울교육단체협의회가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화·배재고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한 것을 두고 ‘위법’이라고 판단한 법원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제공: 서울교육단체협의회) ⓒ천지일보 2021.2.19

이들은 “이번 판결로 2019년 서울지역 자사고 평가에서 재지정 취소 판정을 받은 일부 자사고들이 다시금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는 길이 열리게 됐다”면서 “자사고는 입시 중심 명문고를 표방하며 출발한 학교가 아니다. 따라서 재지정에 탈락한 자사고들이 과연 설립목적에 부합해 운영돼 왔는가를 법원은 고려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자사고 설립 이후 고교서열화는 강화됐으며 초등학교 때부터 소위 ‘명문고’ 진학을 위한 사교육 만연,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인한 청소년들의 자아실현 기회의 박탈 등 수많은 문제점이 지적됐다”며 “법원의 이번 판결은 공교육 정상화를 외면한 판결이기에 규탄 받아 마땅하다”고 재차 비판했다.

서교협은 “공교육의 정상화,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모든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는 날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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