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DB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DB

코로나확산 중심엔 종교시설

‘교회’ 관련 집단감염 비중 커

예배보다 소모임 제한 시급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지난해 2월 18일.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특히 코로나 발생 전 아무런 경고가 발령되지 않아 당시 대구교회와 대구 시민들이 무방비로 당하며 피해가 컸다. 이후 방역당국은 종교시설에 대한 방역조치를 수차례 강조하고 강화했다. 그러나 여전히 종교시설을 중심으로 한 굵직한 집단감염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종교시설에서 집단감염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 안산시 소재 이슬람성원에서는 17일 0시 기준으로 신자 19명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 당국은 예배당 등 실내 환기 불충분, 교인간 소모임, 출입명부 관리 미흡, 15명이 한 방에 거주하는 등 시설 내 숙소 사용 등 위험 요인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경기 평택 이슬람예배소에서 15명, 대전 이슬람 기도모임에서 4명 등 확진자가 발생한 상태다.

경기 부천시 괴안동 소재 영생교 하나님의 성회 승리제단과 관련한 코로나19 감염자는 17일 기준 152명으로 130명대의 감염 규모에서 계속 커지고 있다. 방역 당국 조사 결과, 승리제단은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기숙사 운영을 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천지일보 부천=김미정 기자] 경기도 부천 영생교 승리제단과 오정능력보습학원 관련 코로나19 무더기 감염으로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영생교 시설 인근 도로에 인적이 드물다. ⓒ천지일보 2021.2.12
[천지일보 부천=김미정 기자] 경기도 부천 영생교 승리제단과 오정능력보습학원 관련 코로나19 무더기 감염으로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후 영생교 시설 인근 도로에 인적이 드물다. ⓒ천지일보 2021.2.12

종교시설을 중심으로 한 집단감염 사례는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중에서도 ‘교회’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종교시설에서 발생한 주요 집단감염 발생지를 정리해보면 ▲성북구 사랑제일교회(1173명) ▲용인시 우리제일교회(221명) ▲인천 등 수도권 개척교회 모임 (119명) ▲강서구 성석교회(258명) ▲경북 상주시 BTJ열방센터(808명) ▲IM선교회 비인가 국제학교(419명) ▲광주 서구 교회(145명) 등이 있다.

종교시설 집단감염 사례는 지난 1년간 줄지 않고 계속 이어져 신천지 예수교회 관련 확진자를 넘어서기까지 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지난해 1월 20일부터 올해 1월 19일까지 1년간 코로나19 집단 발생 사례 현황을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누적 확진자 가운데 45.4%인 3만 3223명이 집단감염을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집단 감염 사례 중 종교시설 확진자가 17%(5791명), 신천지 예수교회 확진자가 16%(5214명)이었다.

[천지일보 대구=남승우 기자] 19일 오전 대구 남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구교회 건물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을 기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천지일보 2020.12.19
[천지일보 대구=남승우 기자] 19일 오전 대구 남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구교회 건물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을 기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천지일보 2020.12.19

일각에선 신천지 교회 감염 사례가 종교시설에서의 방역 지침 준수가 얼마나 중요한지 교훈을 남겼음에도 종교시설에서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너무 간과했던 게 아니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교회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은 교회와 목회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추락시켰다. 급기야 국민 사이에서 ‘교회 혐오’가 퍼지기 시작했다. 사회적으로 개신교에 대한 이미지가 악화하고 있음에도 일부 목회자와 신도들은 비대면예배를 해야 하는 방역 수칙을 두고 종교탄압이라는 주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종교시설과 관련한 집단감염은 정규 예배보다 교인 간 소모임에서 발생한 비율이 더 크다. 소모임은 개별적인 친교 과정에서 접촉 강도가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코로나19에 더 취약하다.

문제는 정규예배의 경우 방역 당국의 관리·감독이 어렵진 않으나 일부 교인들끼리 모이는 소모임의 경우 일일이 감독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방역 당국도 정규 예배 제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인지하고 종교시설 전반에 대한 방역 대책 마련을 강구하고 있으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비대면예배 준비 인원이 출석하고 있다.정부가 발표한 방역지침에 따르면 오는 18일부터 교회 등 종교시설에서도 수도권은 좌석 수의 10%, 비수도권은 20% 이내에서 정규예배·법회·미사·시일식의 대면 진행이 가능해진다. ⓒ천지일보 2021.1.18
지난 1월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비대면예배 준비 인원이 출석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1.18

이와 관련해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종교시설에 대해 종교단체, 문체부 등과 논의를 지속하며 현장에서의 방역을 점검하고 있다”면서 “발생을 최대한 막기 위해 점검을 강화하고 여러 경우의 수를 고민하고 있으나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또 발생되는 부분들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개신교계도 이러한 부분을 인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개신교단 연합기구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도 회원 교단에 보낸 공문을 통해 “정규 예배 이외의 외부 활동을 적극 지도해달라”며 교인간 소모임을 중단해 줄 것을 수차례 당부한 바 있다.

결국 각 종교시설의 지도자와 구성원들이 방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노력하는 것만이 잇따르는 종교시설 집단감염을 줄일 수 있는 ‘키’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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