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역대 처음으로 ‘레임덕 없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미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임기 1년을 남겨 놓고도 4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는 것은 강고한 지지층이 살아있는 증거라는 얘기도 있다. 어느 쪽이 맞을지 아직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높다는 사실과 제1야당인 국민의힘 존재감이 별로 높지 않다는 점이다.

보통 정권 말기 레임덕은 강력한 대안인 야당이 급부상하면서 동시에 집권당 내부의 균열이 가시화되면서 촉발된다. 이를테면 당정청 불협화음은 그 상징이다. 특히 핵심 권력 주변의 권력형 범죄도 이즈음 하나 둘씩 불거지게 된다. 역대 정부의 레임덕 현상이 대체로 이런 패턴을 따랐다. 그러나 지금 문재인 정부는 그 둘 중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라임 옵티머스 사태’가 진행형이긴 하지만 이를 레임덕 현상과 연결시키기엔 무리다. 게다가 야권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여전히 국정운영의 강력한 키를 쥐고 있다는 뜻이다. 레임덕이 아니라 정권 재창출로 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청와대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의 파동이 상당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것이 바로 레임덕의 강력한 징후라는 것이 야권의 시각이다. 실제로 신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발탁한 몇 안 되는 상징적인 검찰 출신이다. 그러나 임명 50여일 만에 사의를 밝힐 정도라면 간단히 볼 사안은 분명히 아니다. 내용을 보면 최근의 검찰 인사를 놓고 박범계 법무장관과 상당한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민정수석의 의견이 무시되고 장관이 곧바로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방식에 대한 강력한 항의로 보인다.

그러나 신 수석의 처신을 비호할 이유는 없다. 그 또한 청와대 참모로서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결단한 인사조치라면 응당 수용하는 것이 마땅하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불쑥 사표부터 던지는 행태는 무책임하다. 임기 말 대통령을 보좌해서 레임덕을 차단하고 국정혁신을 통해 국민에게 봉사하는 것이 청와대 참모로서의 본분이다. 그럴 마음 없이 이 판국에 검찰 목소리에 힘을 싣고 싶었다면 민정수석 자리는 처음부터 어울리지 않았다. 레임덕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크고 작은 갈등과 대립, 제 잇속부터 챙기려는 기회주의적 행태들이 축적되다가 임기 말에 한꺼번에 폭발하기 일쑤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가 검찰개혁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레임덕 징후를 조기에 차단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앞으로도 비슷한 행태들이 수없이 반복될 것이다.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국민을 위해서라도 자를 것은 과감하게 자르고, 공과 사의 경계도 명확히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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