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속 정치이야기] 의리논쟁(義利論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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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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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와 묵가의 대립은 기본적으로 ‘의(義)’와 ‘이(利)’를 두고 벌어졌다. 묵자는 명확히 ‘상리(尙利)’를 주장하면서 이익추구가 바로 정의이며, 정의 가운데 최고는 천하지리(天下之利)라고 생각했다. ‘의’와 ‘이’의 관계에 대한 유묵의 관점이 달라지는 분기점은 물질생산이었다. 유가는 물질생산을 경시했지만, 묵가는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공자는 사람의 자연적 본능이 물질에 대한 수요라는 점을 경시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자연적 인성인 의, 식, 주, 행, 성, 생식, 사랑을 인간관계와 인간의 사회활동에 대한 중요한 연구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묵자는 생산 활동에 대한 경험을 통해 공자가 중시하지 않았던 자연적 인성이야말로 백성들에게는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과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묵자는 소규모 생산노동자의 사상을 대표했으므로, 당연히 물질생산이 인류의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에게는 물질생산에 종사하는 것이야말로 천하지리를 추구하는 기본적인 수단이었다. 묵자가 각종 생산기술의 가치를 중시하고 사람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실용성을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이러한 인식 때문이었다.

춘추전국 교체기는 정치적으로 상하의 위치가 순식간에 뒤바뀌는 매우 유동적인 시대였다. 제후나 경대부들은 자기의 역량을 앞세워 공공연히 실력대결을 펼쳤다. 국가와 사직과 군주의 생사와 존망은 가장 큰 이해관계였다. 맹자는 이러한 시대상을 춘추시대에 의로운 전쟁은 없었다고 논평했다. 정치투쟁은 이익의 중요성과 사회적 관념으로서의 정당성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전통적인 서주의 등급제도와 천명신학이 여전히 사람들의 사상과 행위에 영향을 미쳤다. 인의는 존왕양이와 천자를 받들고 제후를 호령한다는 전통적 가치관을 지키는 깃발로 정치투쟁에서 무시할 수 없는 책략이었다. 수공업자나 상인과 같은 신흥계층은 원래의 등급제도와 종법제도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민으로 독립하는 것이 인의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생산도구와 기술의 진보, 토지의 사유화가 진전되자 자유민들에게는 생존과 이익추구를 위해 튼튼한 물질적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그러나 전통의 잠재적 속박과 영향은 이러한 공리주의(功利主義) 가치관이 사회에 쉽게 접수되는 것을 가로막았다. 의리에 관한 논쟁은 통치계급과 지식인계급 모두에게 중요한 관심사였다. 두 계급은 지지층을 넓히기 위해 평민계급을 상대로 논쟁의 범위를 확장했다.

공업과 상업을 관이 독점하던 체제가 와해되자, 민간이 주도하는 운수업과 상업이 번영했다. 운수성 상업은 개인의 영리가 최종 목적이었다. 개인적 이익이 상업의 가치척도였으므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상인의 기본적 동력이었다. 운수성 상업의 발달은 개인적 수공업 전문업자의 출현을 촉진했다. 자유로운 개별 수공업자는 각자의 독특한 기능을 연마해 그것을 이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묵자 절용에서는 수레바퀴, 도자기, 야금, 목수, 가죽 등 여러 가지 기능을 지닌 기술자들이 각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했으며, 논어 자장에서는 기능공들은 작업장에서 자기의 일을 다하고, 군자는 학문으로 그 도를 완성하다고 했다. 묵자 상현에서는 비록 농사와 공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도 능력이 있으면 뽑아서 등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문헌자료는 춘추전국 교체기에 비교적 자유로운 공업기술자들이 독립된 계층으로 등장했다는 것을 설명한다.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시작한 그들이 정치적 권리도 추구하게 되면서 개인적 공리주의가 발전하게 된 것은 필연적 결과였다. 수공업의 품종별 분포는 지역별로 명확한 차이가 있었다. 지역별 편차로 활성화된 상업경제를 통해 양성된 경제인들이 부국강병의 주도자로 등장한 것은 당연했다. 이익은 도덕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정의의 기준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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