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4분기 가계 사업 소득이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자영업 업황 부진으로 상대적으로 상위 계층에 있던 자영업 가구가 하위 계층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020년 4분기(10∼12월) 전국 가구(2인 이상·농림어가 제외)의 월 평균 명목소득은 516만 1천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 증가했다.
다만 고용 한파와 자영업 타격으로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3개 분기(2∼4분기) 연속 뒷걸음질 쳤다. 정부 보조금 등 이전 소득이 25.1% 늘어 재난지원금으로 버틴 것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보면 근로 소득이 0.5% 감소했고, 사업 소득은 1년 전보다 5.1% 감소해 둘 다 3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특히 사업 소득 감소폭은 2003년 통계작성 이후 역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계청은 “코로나 재확산에 따라 숙박·음식 등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 감소와 자영업 업황 부진 등이 지속된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증가율은 3분기(1.6%)보다 커졌지만,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고용 한파가 닥치면서 소득 중 비중이 65.9%로 가장 큰 근로소득은 340만 1천원으로 0.5% 감소했다. 3분기(-1.1%)보다 감소율은 축소됐으나 4분기 기준으로는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감소폭이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자영업이 휘청이면서 사업소득은 99만 4천원으로 5.1% 감소했다. 감소율은 3분기(-1.0%)보다 큰 폭 확대됐고 이 역시 4분기 기준으로 통계 작성 이래 최대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은 2분기부터 세 분기 연속으로 감소했는데, 이 또한 사상 처음이다. 근로 소득은 소득 최하위층인 소득 하위 20% 계층에서 가장 크게 줄었다. 이 계층의 근로 소득은 한 달 평균 59만 6천원으로 1년 전보다 13.2% 줄어 2018년 4분기 이후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반면 소득 상위 20%의 근로 소득은 1.8% 늘어 721만 4천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폭으로 감소한 사업 소득은 소득 하위 40% 계층에서 늘었고, 나머지 중상위 계층에선 모두 감소했다. 소득 하위 20% 계층에선 사업 소득이 6.2%, 소득 하위 20~40% 계층에선 3% 증가했다.
통계청은 “자영업 업황이 나빠지면서 상대적으로 상위 계층에 있던 자영업 가구가 소득 하위 40% 계층으로 이동해 이 계층에서 자영업자 비중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영향으로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의 소득 격차는 1년 전보다 더 벌어졌다. 소득 하위 20% 계층의 월평균 소득은 164만 원으로 1년 전보다 1.7% 늘어난 반면, 소득 상위 20%의 전체 월평균 소득은 1002만 6천원으로 1년 전보다 2.7% 늘었다.
두 계층의 소득이 모두 늘었지만, 하위 계층의 소득이 덜 늘면서 소득 분배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4.72배로 1년 전보다 0.08배 포인트 확대됐다.
재산소득은 2만 8천원으로 7.4% 늘었다. 3분기(18.5%)보단 증가폭이 줄었다.
가계 소득을 떠받친 것은 이전소득이었다. 이전소득은 63만 6천원으로 25.1% 늘어 4분기 기준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다.
정부가 지급하는 지원금과 수당 등 공적이전소득(41만 7천원)은 22.7% 늘었다. 소상공인 새희망자금과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등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공적이전소득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또 친지 용돈 등 사적이전소득(22만원)이 30.0% 증가했다. 추석 연휴 영향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경조소득이나 실비보험금 등 비경상소득은 10만 2천원으로 49.1% 증가했다.
가계 지출은 한 달 평균 389만 2천원으로 1년 전보다 0.1% 감소했다. 식료품‧비주류 음료는 16.9%, 가정용품‧가사서비스는 15.6%, 보건은 8.5% 지출이 증가했다. 하지만 의류와 신발 지출이 9.2% 줄었고, 오락‧문화 18.7%, 교육 15.2%, 음식‧숙박에서도 1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 등을 빼고 쓸 수 있는 돈인 처분 가능 소득은 417만 5천원으로 1년 전보다 2.3% 늘었다.
소비지출이 줄면서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인 평균 소비성향은 69.6%로 1년 전보다 1.7%포인트 하락했다. 즉 100만원을 벌면 69만 6천원을 쓰는 데 그쳤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