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치매 자가 진단법. (자료제공: 일본 고노 임상의학연구소)

똑똑해지는 기계, 사라져가는 기억
지적인 자극이 ‘디지털 치매’ 예방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좀 더 스마트한 삶을 누리고자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의 역기능으로 발생하고 있는 ‘디지털 치매’, 단순하게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이 문제가 비단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가 보급되면서 하나 둘 전화번호 수첩이 사라졌고 이와 함께 우리의 기억에서도 사라지던 지인들의 전화번호. 이것이 디지털 치매의 초기 단계 모습이었다.

하지만 최근 스마트폰 사용자가 1000만 명을 훌쩍 넘어서며 ‘스마트 치매’라고도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치매 등장하는 등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디지털 치매의 원인은 무엇일까.

국내 뇌 의학 연구자로 잘 알려진 서유헌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디지털 치매를 “치매와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으나 습관이 되면 건망증이 생기고 노인성 치매에 걸리면 악화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정의한 바 있다.

서 교수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디지털 치매라는 정식적인 의학용어는 없다”며 “이는 디지털 기기의 생활화로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치매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역시나 각종 스트레스는 여러 가지 요인 중의 하나다. 전자파도 디지털 치매 원인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는 “사람이 전자파에 장시간 노출되면 대뇌 부위와 해마 부위, 소뇌 피질의 신경세포가 변한다”며 “이런 부분들은 컴퓨터, 휴대전화 등에서 나오는 전자파로 치매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뇌에 30%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있다”고 밝혔다.

대뇌는 가장 고도의 뇌 기능을 담당하며 해마는 학습과 기억, 소뇌 피질은 운동과 몸의 평형 기능을 주관한다.

즉 우리가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기기들을 장시간 사용했을 때 우리의 뇌에 치매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이 증가하고 이것이 뇌세포를 변화해 디지털 치매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치매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적인 자극을 가해 신경전도를 통해 신경 가지가 두꺼워지게 만들어야한다. 이 같은 자극을 통해 신경회로가 넓어져 신경흥분 전달제가 막힘없이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유헌 교수는 “디지털 치매나 일반 치매는 독작용을 하는 단백질 조직(아밀로이드) 때문에 뇌 신경세포가 망가져 발생한다”며 “따라서 공부를 하면 적절한 자극이 뇌에 가해지면 신경기능 일부가 살아나서 뇌 기능을 보충하게 된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마지막으로 “적당한 운동은 뇌에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기게 하거나 늙은 신경세포 간에 연결망을 만들고 뇌로 가는 혈류량을 증가시킨다”며 “이를 통해 뇌세포에 더 많은 영양과 산소를 공급해줘 디지털 치매 현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디지털 기기’ 사용은 디지털 치매뿐 아니라 “자세변화, 근막 통증 증후군, 손목 터널 증후군 등 ‘신종 IT 질환’이라 불리는 병들도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앞으로는 다른 사람이 사용한다고 너도 나도 사용하는 ‘묻지 마, 스마트폰 사용자’가 되지 말고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진짜 똑똑한 사용자로 거듭나보자.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