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무=AP/뉴시스]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인도 잠무에서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크교 신자들이 한 사원에 모여 구루 고빈드 싱의 탄생일을 기념해 기도하며 경의를 표하고 있다. 고빈드 싱은 시크교의 제10대 지도자다.
[잠무=AP/뉴시스]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인도 잠무에서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크교 신자들이 한 사원에 모여 구루 고빈드 싱의 탄생일을 기념해 기도하며 경의를 표하고 있다. 고빈드 싱은 시크교의 제10대 지도자다.

5개월 만에 10분의 1로 ‘뚝’

일상생활 돌아와… 거리 북적

“인과 안 밝혀져”… 추정만 多

몬순·변이 등 위험 요소 여전

[천지일보=이솜 기자] 작년 9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10만명에 달했던 인도. 한때 미국보다 더 많은 신규 확진자를 기록하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이 나라의 취약한 보건 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었다.

그러나 5개월이 지난 지금 인도의 신규 확진자는 약 1만 1천명으로 줄었다. 인도 주(州)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사망자를 보고하지 않았고 한때 피해가 가장 심했던 델리에서는 지난 9일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코로나19 신규 사망자를 ‘0명’으로 기록했다.

인도의 신규 확진자 수가 5개월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꾸준히 축소됐지만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해 전문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도는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데다가 시민들은 방역 수칙을 거의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AP통신,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인도의 많은 지역은 이미 정상 생활로 돌아왔다. 많은 도시에서 시장과 도로, 식당에는 사람들이 항상 붐비며 사회적 거리두기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인도에서 정말 집단면역이 달성됐을까. 어떻게 이 같은 극적인 변화를 만들어냈을까.

◆집단면역?… 정부 “생활 방역 덕분”

인도는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확진자들을 놓치고 있으며, 바이러스 사망률을 정확히 계산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점을 안고 있다.

그러나 통계의 오류라고만 설명하기에는 최근 몇 주 동안 이 나라의 병원들이 가진 부담이 줄어든 상황은 사실이다. 작년 11월에는 뉴델리에 인공호흡기가 설치된 모든 중환자실 중 90%가 찼지만, 지난주에는 중환자실 입원율은 16%에 그쳤다.

인도 정부는 공공장소에서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마스크 착용과 생활 방역 덕분에 확진자가 줄었다고 설명한다.

인도의 코로나19 백신 프로그램은 올해 1월에 시작했기 때문에 백신이 환자 감소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없다.

하나의 주장은 인도 일부 지역에서 ‘집단면역’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집단면역은 지역 주민 상당수가 특정 감염병에 걸리거나 해당 병에 대한 백신을 접종해 면역력을 갖춘 상태를 뜻한다.

그러나 인도의 집단면역 도달 여부는 아직 논쟁 중에 있다.

정부 기관인 인도의학연구위원회(ICMR)가 전국적으로 실시한 가장 최근의 항체 검사에서는 약 2억 7천만명, 즉 인도인 5명 중 1명꼴로 바이러스에 감염됐었다고 추정했는데 이는(21.5%) 집단면역 기준치인 70% 이상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미시간대 생물통계 교수 브라마 무케르지는 “아직 인과 관계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리는 인도가 집단면역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BBC에 말했다.

◆젊은 인구·시골 거주 등 여러 설

인도인들이 남다른 면역력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평소 불결한 위생환경 속에 살고 있는 인도인이 일생 동안 다양한 질병에 노출돼 왔기 때문에 신체가 신종 바이러스에 더 강하고 초기 면역을 일으키도록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아소카대학의 자멜은 “코로나바이러스가 폐에 도달하기 전 코와 목에서 통제될 수 있다면 그렇게 심각한 질병이 되지 않는다”며 “선천적인 면역력은 바이러스 감염을 줄이고 폐에 도달하는 것을 막아준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과학자들은 또한 인구에 젊은 인구가 많은 점, 보호 면역력, 고온다습한 날씨, 유전적 요인, 폐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단백질 등을 원인으로 들었다.

ICMR의 조사는 인도의 감염자 감소에 대한 다른 원인을 제공했는데, 시골보다 도시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감염됐다는 점이다. 인도인의 65% 이상이 시골에서 살고 일하며 시골에서는 환기가 잘 되고 밀집도가 낮아 바이러스 확산이 도시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공중보건재단 K.스라나스 레디 회장은 “만약 몇몇 도시 지역이 집단면역에 가까워지고 마스크와 거리두기를 통해 전염을 제한하고 있다면 인도 시골 지역에서 바이러스가 퍼지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확진자 감소 원인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변이가 변수… “다시 확산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인도에서 집단면역이 됐더라도 계속 예방 수칙은 지켜야 한다고 경고한다. 한 가지 형태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변이 바이러스에 다시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마나우스가 대표적인 예인데, 이 지역에선 작년 10월 75% 이상의 주민이 코로나바이러스 항체를 가지고 있어 집단면역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난 1월에 다시 확진자가 폭증했다.

앞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영국에서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가 인도의 집단면역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많은 수의 인도인들이 여전히 코로나19에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배적인 변이는 상대적으로 감염되지 않은 지역으로 쉽게 이동해 새로운 발병을 일으킬 수 있다.

인도는 1월 말까지 160건 이상의 영국 변이 사례를 보고했다. 17일(현지시간) 인도 보건당국은 남아공과 브라질 변이 사례 4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인플루엔자의 시작을 알리는 몬순의 시작과 함께 인도의 감염이 급증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기인 몬순(계절풍)은 6월부터 9월까지 이어지며 매년 남아시아 전역에 홍수 피해를 입힌다.

미국 조지타운대 소속 보건경제학자인 지슈는 다스는 AP통신에 “3~4개월 뒤 이것(확산)이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