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렵도 팔폭 병풍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1.2.18
호렵도 팔폭 병풍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1.2.18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웅장한 산수와 정교한 인물 표현. 수준 높은 궁중화풍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18세기 조선 시대 호렵도의 시작을 보여주는 팔폭병풍이 국민에게 공개됐다. 

18일 문화재청(청장 김현모)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최응천)과 함께 지난해 9월 미국 경매에서 매입해 국내로 들여 온 ‘호렵도 팔폭병풍(胡獵圖 八幅屛風, 전체 길이 392.0㎝, 높이 154.7㎝)’를 국립고궁박물관(관장 김동영)에서 공개한다고 밝혔다.

‘오랑캐(胡)가 사냥하는(獵) 그림’이라는 뜻인 호렵도는 청(淸, 1616~1912)의 황제가 사냥을 즐기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중국의 명·청 교체 후 정묘호란(1627)과 병자호란(1636)을 연이어 겪은 후 조선에는 청을 배척하는 의식이 지배적이었으나, 18세기 후반 청의 문물이 대거 유입되며 청의 문화에 관심이 높아지게 된다. 이러한 조선의 복합적인 시대배경 아래 무비(武備)를 강조한 정조(正祖, 1752~1800)의 군사정책과 맞물려 호렵도가 제작되기 시작했다.

이번에 돌아온 호렵도는 비단 바탕의 8폭으로 이뤄진 연결병풍으로, 산수의 표현과 화면 구성이 탁월하며 인물과 동물의 묘사가 생동감 있고 매우 정교해 호렵도 중에서도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주요 구성은 폭포를 시작으로 스산한 가을 분위기의 산수가 숙달된 화원 화가의 필치로 묘사돼 있는 제1~2폭, 화려한 가마를 타고 길을 나서는 황실 여인들이 묘사된 제3폭, 푸른 바탕에 흰 용이 새겨진 복식 차림의 청 황제와 다양한 자세의 기마인물들이 등장하는 제5폭, 호랑이와 사슴을 향해 활을 겨누거나 창과 무기를 휘두르며 달려드는 사냥꾼들이 역동적으로 묘사된 제7~8폭 등으로 이뤄졌다.

호렵도를 처음 그린 화가는 조선의 대표적인 화가 중 하나인 김홍도(金弘道, 1745-1806?)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홍도의 작품은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 기록으로만 남아있으며, 현재 국내에 남아있는 대부분의 호렵도 병풍은 민화풍으로 그려진 것이다.

이에 반해 이번에 돌아온 호렵도는 웅장한 산수 표현과 정교한 인물표현 등에서 수준 높은 궁중화풍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조선 시대 호렵도의 시작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서 이번 환수가 더욱 뜻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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