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대구=남승우 기자] 19일 오전 대구 남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구교회 건물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을 기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천지일보 2020.12.19
[천지일보 대구=남승우 기자] 지난해 12월 19일 대구 남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구교회 건물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을 기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천지일보 2020.12.19

지난해 2월 18일 31번 확진

文대통령 “일상생활권고” 시기

신천지 대구교인 대규모 감염

압박 속 정부 방역 적극 협조

신천지 신도 3741명 혈장공여

총회장 등 신천지에 무죄선고

“타종교 비난→반헌법적 행위”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18일로 1년을 맞았다. 신천지 관련 사례 1번이자, 국내 31번 확진자 발생 이후에서야 무증상자 등에 의한 ‘조용한 전파’가 파악됐고 이후 방역체계는 달라졌다. 본지는 대구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1년을 맞아 당시 상황과 이후 상황을 정리했다.

신천지 관련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시기는 현재의 코로나19 상황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2월 12일 서울 남대문 시장을 직접 찾아 “경제활동을 위해 일상생활을 평소대로 해도 되겠다”고 말했다. 또한 2월 18일 오전에도 청와대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코로나19에 대한 과도한 공포와 불안이 경제를 더 어렵게 한다”며 국민의 정상적인 경제활동과 일상 복귀를 당부했다.

지난해 2월 16일 감염경로가 전혀 확인되지 않는 국내 29번과 30번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1~28번까지 확진자가 모두 해외 여행력이 있거나 해외 여행력이 있는 사람과의 접촉으로 감염된 사례였기에 국민은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설 연휴 전날인 지난해 1월 23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탑승 절차를 밟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3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국내에서 이미 코로나19 최초 확진자가 나왔음에도 설 연휴 전날인 지난해 1월 23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다수의 여행객들이 탑승 절차를 밟고 있다. ⓒ천지일보 2020.1.23

◆신천지, 추가 확산 막으려 ‘안간힘’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방역단계는 당시엔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으며, ‘마스크 대란’도 일어나기 전 상황이라 마스크 착용에 대한 인식도 크지 않았던 시점이었다. 게다가 ‘무증상자’도 코로나19를 전파시킬 수 있다는 자명한 사실에 대해서도 방역당국이 당시엔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시기였다.

“일상생활하라”는 대통령의 말을 믿고 일상적인 예배를 드린 것뿐인데 지난해 2월 18일 국내 31번 확진자가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나왔다. 이후 대구교회를 중심으로 대규모 집단감염이 파악됐다. 관련 누적 확진자는 총 5214명(2월 17일 기준)이다.

신천지 총회는 31번 확진자 확진 발표가 나자마자 곧바로 대구교회를 폐쇄했다. 뿐만 아니라 전국 12지파의 지교회와 모임장소 등 모든 관련시설에서의 출입을 금지하고, 예배와 모임은 온라인으로 대체하도록 지시를 내리며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이와 함께 대구교회를 방문한 신도를 파악해 자체 자가격리 조치할 것과 증상 발현 시 가까운 보건소에 방문할 것을 공지했다. 전 신도를 대상으론 증상 발현 시 즉각적으로 검사를 받도록 권고했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의 방침에 적극 따르고 최대한 협조할 것을 각 교회와 신도들에게 수차례 공지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 가평 평화연수원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에서 총회장 특별편지를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3.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지난해 3월 2일 오후 경기 가평 평화연수원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에서 총회장 특별편지를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3.2

◆신도 명단제출 등 방역당국에 협조

우리나라에서 소수종단에 속하는 신천지는 기성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치부되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고, 직장에선 신천지 신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사퇴를 종용받는 반인권적 요소가 다분함에도 정부는 인권보호와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일체의 약속 없이 즉각적인 신도 명단을 요구했다.

지난해 2월 2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공문을 통해 신천지 신도의 명단을 제공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신천지는 명단을 제공했다. 해당일 중대본 관계자는 신천지 총회 사무실을 방문해 국내 신도 명단 서버에 접속해 정보를 직접 받아 갔다. 그 다음날인 26일엔 중대본이 해외 신도 명단을 요청했고, 신천지는 이전과 동일하게 당일 명단을 중대본에 제공했다.

하지만 대구시는 지난해 2월 28일 신천지 대구교회에 대해 방역방해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어 조사단을 꾸리고 경찰력을 동원해 같은해 3월 12일과 17일 대구교회 등에 현장 행정조사를 벌였다. 행정조사에는 대구교회 관계자들의 자택 4곳도 포함됐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권영진 대구시장(왼쪽)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와 면담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천지일보 2020.3.1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권영진 대구시장. ⓒ천지일보DB

지난해 2월 22일 당시 김강립 중수본 부본부장(現 식약처장)이 정례브리핑을 통해 신천지 및 대남병원과 역학적 관련성이 없는 환자들이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음에도 대구시는 같은해 6월 22일 신천지로 인한 피해가 약 1460억원에 달한다며 10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신천지가 방역당국에 협조했음에도 당시 정해용 대구시 정무특보는 “신천지 대구교회가 폐쇄명령을 받고 집합시설에 대한 폐쇄명령 속에서도 신도들에게 길거리 전도를 종용하는 등 감염의 확산을 오히려 조장했다고 볼 수 있다”며 사실이 아닌 내용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혈장치료제 개발에 ‘1등 공신’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이 신천지에 있다고 보고 압수수색과 구속으로 압박을 가했으나 신천지는 오히려 혈장공여를 통해 정부가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줬다.

신천지 대구교회가 총 3차례 단체 혈장공여를 진행한 것에 더해 100여명이 넘는 신도들이 개인적으로 공여해 총 3741명이 혈장공여를 마쳤다. 신도들의 개인 혈장 공여는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혈장치료제 ‘GC5131A’를 개발한 GC녹십자는 현재 임상 2상 시험을 끝낸 상황이다.

또한 지난해 11월 6일 칠곡경북대병원에선 입원 치료 중이던 78세 중증 확진자가 ‘치료목적 사용 승인’을 통해 GC5131A를 투여 받은 뒤 상태가 호전돼 음성판정을 받기도 했다. 이후 다수의 중증환자에게서 혈장치료제 효과가 입증되고 있다.

[천지일보 대구=송하나 기자] 16일 오전 신천지 대구교회 코로나19 완치자들이 대구육상진흥센터에서 혈장 공여를 진행하고 있다. 내달 4일까지 진행하는 3차 혈장공여에는 총 4000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천지일보 2020.11.16
[천지일보 대구=송하나 기자] 지난해 11월 16일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들이 대구육상진흥센터에서 3차 단체 혈장공여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1.16

◆신천지, 감염병예방법 혐의 ‘무죄’

하지만 검찰은 지난해 12월 9일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에게 징역 5년에 벌금 3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올해 1월 13일 수원지법 형사11부(김미경 부장판사)는 이 총회장이 받았던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신천지는 지난해 2월 24일 중앙사고수습본부와 명단 제공에 대한 협의를 한 뒤 다음날 명단을 제공했다”며 명단을 누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신천지가 방역당국의 협조 요청에 응했다는 것이다.

지난 3일에는 신천지 대구교회 관계자들도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다. 대구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김상윤)는 감염병예방법위반·공무집행방해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신천지 대구교회 8명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전날에는 신천지 총회 관계자 9명에 대해서도 감염병예방법위반 혐의가 모두 ‘무죄’ 판결이 났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 관계자들이 17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감염병예방법)’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수원지법에 들어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7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총회 관계자들이 17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감염병예방법)’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수원지법에 들어가고 있다. ⓒ천지일보 2021.2.17

이에 신천지 측은 “신천지 대구교회는 법원의 결정에 대해 존중한다”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아픔과 상처를 안겨드린 지역 시민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신천지 대구교회는 선고 결과와 관계없이 코로나19 감염에 대해 책임감 있는 태도로 임하겠다”며 “코로나19 종식에 기여하고 사회에 헌신하는 교회가 될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신천지는 지난해 2월 18일부터 한달 반 동안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4월 2일부로 확진자 발생이 멈췄고, 현재 추가 확진자 0명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 “신천지 재판, 기득권종교·정치 하나돼 발생” 일침

우리나라에서 소수종단에 속하는 신천지가 기성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치부되며 부당한 대우를 받다가 ‘감염병예방법 위반’이라는 죄목으로 법정에 서고, 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은 일련의 과정에 대해 법조계 전문가는 기존의 세력을 잡은 기득권 ‘종교’가 ‘정치’와 하나돼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상겸 동국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종교단체가 많고 시끄러운데 그 이유는 바로 정치권에서 종교를 이용하기 때문”이라며 “종교단체들도 정치를 이용해서 자신들의 세력을 키우려다보니까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는 헌법 20조 규정이 잘 안 지켜지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이유로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해서 종교단체를 방문하고 종교단체들은 정치에 손을 대는 이러한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며 “특정 종교단체를 타깃으로 삼으면 그것에 찬성하는 국민들이 있고 정치권은 이를 또 이용한다. 그러다보니 이번 사태 같은 일도 벌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기존 종교인들이 특정 다른 종교인의 종교를 비난하거나 공격하고 종교 활동 자체를 못하게 막는 것은 헌법 20조에서 명시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며 “우리나라 기존 종교인들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천지 관련 코로나 사건 일지. ⓒ천지일보 2021.2.17
신천지 관련 코로나 사건 일지. ⓒ천지일보 20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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